프라모델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 日 타미야 슌사쿠 회장

      2018.06.07 17:11   수정 : 2018.06.07 22:03기사원문


일본 시즈오카 지역을 '모형 왕국'으로 만든 프라모델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 타미야 슌사쿠 회장(83·사진)을 만났다.

지난 1일 서울 바우뫼로 한국타미야 본사에서 만난 타미야 회장은 팔십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열적이고 유머러스한 인물이었다.

그는 한국의 모형 팬들과 젊은이들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발전시켜라. 모형은 완구가 아닌 군사·교육을 이끌 산업"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일본 시즈오카에 본사를 둔 타미야는 난관을 기회로 삼아 성장해온 세계적인 모형회사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홍콩, 필리핀 등에 지사 및 수입사를 두고 있다.

특히 한국타미야는 타미야 회장이 가족처럼 아끼고 신뢰하고 있는 수입사 중 하나다.

타미야 회장은 아버지가 창업한 건축자재 회사 타미야상사합자회사를 오늘날의 종합모형회사 타미야로 만들었다.

그는 "2차대전이 끝난 뒤(1946년) 운송업을 하시던 아버지는 차량이 소실되자 건축자재회사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타미야 회장은 자신의 말처럼 위기와 위험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은 인생을 살아왔다.


그가 대학 졸업식을 3일 앞두고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꿈 많던 청년 타미야는 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1958년 아버지 회사의 직원으로 입사해 가업을 도왔다.

당시 일본 모형산업은 미국과 독일 중심의 수입품 일색이었다. 일본 제품의 수출이 힘들 것이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프라모델 사업에 뛰어들었다.

타미야 회장은 정밀한 모형을 만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1966년 미국 육군병기박물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군사비밀로 분류돼 촬영이 금지된 전차 등의 내부를 스케치를 하면서까지 정밀모형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매번 위험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타미야 회장은 "난 좋아하는 일이라면 위험도 감수해왔다"며 "어릴 적 미군 폭격기의 공습으로 죽을 뻔한 일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비행기를 보기 위해서라면 위험도 감수했다"고 답했다.

그는 "냉전시절(1967년) 소련군 전차의 모형을 만들기 위해 테러의 위협을 무릅쓰고 이스라엘에서 노획한 소련제 전차를 취재하기도 했다"며 "위험을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 어려움은 없다"고 강조했다.

타미야 회장은 모형이 군사·교육·산업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일부 장교들이 모형을 이용해 군사교육을 실시했다는 사례를 종종 듣는다"면서 "과거 우리가 만든 소련 전차 모형이 북한에 팔린 적이 있는데, 도상훈련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타미야 회장은 "군사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사물을 만들어 보는 것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달리 몸으로 체감하는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4차산업의 흐름 속에서도 모형 조립은 매우 중요한 교육의 일환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타미야 회장은 교육 분야에도 힘을 써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94년 시즈오카 모형교재협동조합 이사장을 역임하고, 1995년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재단법인 타미야장학회를 설립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타미야 회장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전쟁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산업기반과 유능한 젊은이들을 앗아갔다"는 말을 남겼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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