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둘레길 & 대청호 오백리길을 가다

      2018.06.14 17:13   수정 : 2018.06.14 17:56기사원문




【 대전=조용철 기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보훈의 달이 단지 6·25전쟁 당시 희생된 이들만을 기리는 건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유공자나 독재정권 시절의 민주화 열사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을 거치지 않았다면 단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아마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과 보훈둘레길을 찾았다.
국립대전현충원은 순국선열을 기리는 보훈의 성지로 애국지사, 국가유공자, 장군, 일반, 장교, 사병, 경찰관 묘역 등으로 조성돼 있다.

참배를 드리는 현충탑과 현충문, 영결식과 호국영화 상영을 위한 현충관, 각종 호국사진과 유품을 전시한 호국관, 군 전투 장비를 전시한 야외전시장으로 이뤄졌다.

국립대전현충원은 전 지역이 아름답고 격조 높게 가꿔진 보훈의 성지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충의와 위훈을 기리기 위해 유가족과 참배객들의 발길이 일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조성하기 시작해 2017년 완성된 보훈둘레길은 국립대전현충원을 조금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국립대전현충원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면서 보훈이라는 의미를 새길 수 있다.

보훈둘레길은 무지개 빛깔이다. 빨강길, 주황길, 노랑길, 초록길, 파랑길, 쪽빛길, 보라길 7개 코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빨강길을 시작으로 7개 코스를 다 돌면 국립대전현충원을 한 바퀴 걷는 셈이다. 거리는 약 10㎞ 정도다. 30여년 수령의 숲길과 흙길을 3시간 남짓 걸으면 완주할 수 있으며 중간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쉬엄쉬엄 걷기 좋다. 그 중 노랑길은 순환길이기 때문에 한 바퀴를 다 돌고 초록길로 넘어가거나 반만 돌고 초록길로 빠질 수 있다.

보훈둘레길을 걸으며 일제침략에 저항한 애국지사부터 6·25 전쟁 때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 타인을 구하려 희생한 의사자의 묘역과도 만난다. 둘레길 초입에는 '미카 129호 증기기관차'도 볼 수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미군 제24사단장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됐던 기관차다.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 진수남 지사장은 "무지개 빛깔에 비유해 지어진 국립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은 높낮음이 심하지 않아 어린이, 노약자가 있는 가족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수려한 자연경관도 즐기고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경험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훈둘레길을 다 돌고 나면 홍살문을 지나 웅장한 호국분수탑을 바라보면서 현충문 앞에 이른다. 나라에 몸과 마음을 바친 이들을 생각하며 현충탑 앞에서 서서 자신을 초개(草芥)처럼 버린 이들을 위해 다시 한번 깊게 고개를 숙인다.

대전현충원 봤다면 대청호 오백리길도 가보자

전국 3대 호수 중 하나로 꼽히는 대청호. 지난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조성된 대청호는 호수 위로 해발 200∼300m의 야산과 수목이 펼쳐져 드라이브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철새와 텃새가 많이 날아들어 여름에는 상류에서 백로를 쉽게 볼 수 있다. 대전·청주시의 식수와 생활용수·공업용수도 공급하고 있다. 대청호를 빙 둘러 조성한 대청호 오백리길은 대부분 평지를 걷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대청호는 대청댐 건설 이후 주변이 각종 개발규제 지역에 포함돼 자연환경이 거의 훼손되지 않았고 2012 유엔 인건주거계획이 주관한 '아시아 도시 경관상'을 수상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경관이 뛰어나면서도 주변의 대청호 물문화관, 두메마을, 관동묘려, 미륵원, 대청호 자연생태관, 청남대, 금강유원지, 찬샘마을, 문의문화재단지, 옥천의 육영수 생가, 정지용 생가 등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유물유적지, 많은 체험거리와 먹거리, 축제의 장 등이 곳곳에 있어 걸으면서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며 공부할 수 있다.

200㎞에 달하는 도보길을 지역과 거리 등을 고려해 21구간으로 나눴으며 걸으면서 양쪽에 푸른 호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구간, 문화답사를 겸해서 걸을 수 있는 구간, 다양한 농촌체험을 하며 걸을 수 있는 구간, 등산을 겸하며 걸을 수 있는 구간, 사색을 하며 걸을 수 있는 구간 등 보고 느끼고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테마가 펼쳐진다. 가족과 연인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잠시 마음의 여유를 찾아 가까운 대청호 오백리길을 걸으며 서로를 느끼고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행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대청호 오백리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1구간 '두메마을길'은 대청댐물문화관 바로 뒤편에서 시작된다. 약 2㎞의 잘 정비된 등산로를 가다보면 제1보조댐 옆에 전망 좋은 곳이 보이고 다시 500m정도 가면 비상 여수로와 만난다. 로하스가족공원 오토캠핑장은 대청호 오백리길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힐링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다시 길을 걸어 대청호수 속으로 쭉 뻗은 113봉을 지나 158봉 미호산성에 오르면 청남대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여기에서 비상 여수로 위를 지나면 이씨, 민씨 그리고 강씨가 살고 있다고 해서 삼정동이라 불리는 마을이 나온다. 잠시 멈춰 서서 눈앞에 펼쳐진 대청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삼거리 건너편으로 보이는 '민평기 가옥'은 향토유적으로 조선 후기 고종황제의 승지를 지낸 민후식이 처음 지은 집이다. 고택을 둘러본 뒤 대청호수길 도로를 끼고 조성된 데크길을 걷다보면 왼편으로 대청호가 푸른 빛깔을 품고 넘실댄다.

덕골을 지나 산줄기를 휘돌아나가면 갈전동에 이른다. 갈전동은 예전부터 갈대밭이 많아 갈대가 무성한 동네라는 의미의 '갈밭'이라 불려왔다. 곳곳에 칡이 많아 칡갈(葛)자를 써서 '갈전(葛田)'이라는 의미로 갈전동이라고 불린다. 갈전동 송강식당 앞을 지나 봄이면 분홍 진달래가 곱게 핀 대청호반을 끼고 약 1㎞ 정도 걷다보면 여수바위길을 지난다. 데크가 설치된 호수 둘레를 거닐다보면 뒷산의 모양이 마치 먹는 배처럼 생겼다고 해서 '배산'이라고 불리던 배고개마을에 들어선다. 배이(梨)자를 써 이현동이 된 대청호 두메마을에 도착하면 1구간을 마치게 된다.

대청호 오백리길 2구간인 '찬샘마을길'의 시작은 아늑하게 자리잡은 배고개마을을 지나 찬샘마을이라고 불리는 직동에서부터다. 개울 징검다리를 건너 찬샘마을 입구에서 왼쪽으로 돌아 막다른길까지 약 2㎞정도 걸으면 연꽃이 물 위에 떠있는 모양의 명당자리가 있던 곳이라는 의미의 '연화부수(蓮花浮水)'에서 유래한 부수동과 만난다. 맞은편 청남대가 바라보이는 부수동 끝 언저리의 야트막한 산에 올라 병풍처럼 펼쳐진 풍경을 즐기고 다시 내려온 뒤 성치산 봉우리에 쌓은 성치산성으로 발길을 돌린다.

성치산성은 삼국시대에 쌓은 성으로 거의 허물어져 일부분을 제외하곤 원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산성에서 내려와 대청호가 수몰되기 전의 옛길을 지나 다시 푸르고 맑은 호수를 끼고 걷다보면 윗피골에 다다른다. '피골'이라는 마을 이름은 후삼국시대에 후백제 견훤의 군사와 신라가 노고산성에서 크게 전투를 치뤄 피가 내를 이뤘다고 해서 '피골'로 불려온 것을 후세 사람들이 동네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기장직(稷)'자를 써 직동이라고 지었다. 훗날 마을 사람들이 마을 이미지를 고려해 냉천수가 많이 난다는 의미에서 '찬샘마을'로 바꿨다. 찬샘마을은 농촌체험학습의 장으로 널리 알려져 많은 도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찾고 있다. 봄이면 산등성이를 일궈 넓게 조성된 매화꽃이 만발해 한층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매화밭을 내려와 윗피골에서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찬샘정을 지나 냉천버스 종점에 다다르면 2구간이 끝난다.

대청호 오백리길의 3구간 '호반열녀길'은 냉천 버스 종점에서 시작한다. 조금 걷다보면 근장골 방향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 명소 표지가 보인다. 근장골에 위치한 사진 찍기 좋은 장소는 약 1㎞ 정도 산바람을 맞으며 가면 된다. 다만 근장골의 오르막은 경사가 가파른 편이다. 흐르는 땀을 닦고 가다 보면 어느덧 대청호의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든다.

근장골을 내려와 도로가 잘 포장된 시골길을 걷는다. 걷다가 만난 양구례는 물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는 이유에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양구례를 지나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을 오른 뒤 돌아보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길과 전봇대가 조화를 이룬 전경이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양고개골 인근의 마산동산성은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가 치열한 전투를 치른 장소로 산세가 험하다.
시간이 난다면 한번 쯤 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양고개골을 지나 냉천길 삼거리에 다다르면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전 최초 사회복지시설인 미륵원과 마주한다.
원래의 미륵원 자리는 수몰되어 사라졌지만 미륵원 자리 옆 언덕 위에 복원해놓은 남루와 지금도 살고 있는 회덕 황씨의 종부를 만나 볼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