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14년만에 대법관 전원 판단
2018.06.18 09:23
수정 : 2018.06.18 09:56기사원문
■2004년 유죄 판단 이후에도 하급심 엇갈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쟁점인 2개 사건에 대해 오는 8월 30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대법원장 및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국방부와 병무청, 대한변호사협회, 한국헌법학회,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국가인권위원회,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 12개 단체에 쟁점에 관한 의견서 제출 요청서를 발송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판 당일 방청권을 배포할 예정이며, 인터넷과 텔레비전 등을 통한 방송 중계 방식과 플랫폼 등에 관한 상세한 사항은 내달 확정할 계획이다.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는 변론종결 후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의 최종토론(전원합의기일)을 거쳐 2~4개월 이내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공개변론 대상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2013년 현역입영 통지에 불응,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협의로 기소된 피고인과 현역복무를 마친 후 ‘여호와의 증인’에 귀의해 2017년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에 불응한 채 정당한 사유없이 예비군 훈련에 불참,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사건이다. 이들은 하급심에서 모두 실형과 벌금형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쟁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병역법 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이나 종교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국제사회 압박 속 찬반여론 팽팽
헌법재판소는 과거 두 차례 '정당한 사유'에 종교적 신념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도 2004년 7월 전원합의체를 통해 종교적 병역 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고 현재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원지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4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등 하급심 판결이 계속 엇갈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번 공개변론 결정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연합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우리 국민의 통보 사안을 심사, 우리나라가 자유권규약을 위반했다는 견해를 공표했고, 유럽인권재판소는 2011년 기존 선례를 변경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아르메니아 정부가 인권규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국내외 환경과 논의 변화를 반영해 정당한 사유의 해석을 넓히는 판례변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징병제 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 여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고 아직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혼란이 초래되는 만큼 기존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