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술탄
2018.06.25 17:02
수정 : 2018.06.25 17:02기사원문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다스리던 통치자가 바로 술탄이다. 술탄은 원래 중세시대 최고의 종교적 지도자 칼리프가 임명하는 지방 부족장 정도였다. 하지만 술탄이 중심이 된 오스만투르크가 세력을 확장, 주도권을 잡으면서 14세기부터 이슬람 세계 최고 지도자로 위상이 치솟았다. 술탄은 칼리프의 지위를 동시에 누리며 유럽의 근세시대를 호령했다. 술탄의 통치는 마지막 술탄인 압둘 마지드 2세가 국민대의회에 의해 술탄 자리를 빼앗긴 1922년까지 이어졌다.
오늘날에도 이슬람권인 오만과 브루나이는 술탄제를 유지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일부 부족 지도자는 술탄 칭호를 사용한다. 술탄에 관한 이야기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쓴 픽션 '술탄과 황제'에도 잘 나와 있다. 이 책은 비잔티움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11세와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술탄 마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놓고 벌인 전쟁 이야기를 담았다. 김 전 의장은 두 군주가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의 고뇌와 결단, 리더십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5일 대통령 중심제 개헌 후 처음으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에르도안은 "국가가 나에게 대통령 책무를 맡겼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에르도안은 이번 선거를 통해 초장기의 제왕적 대통령 집권 기반을 잡았다. 작년에 개정된 터키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5년 중임제로 규정했다. 여기에다 중임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선거를 치러 당선되면 5년을 더 재임할 수 있다. 잘하면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2003년부터 총리를 지낸 것까지 합치면 30년 이상 통치할 수 있다. 바야흐르 '21세기 술탄'이 나온 셈이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