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한국경제 '3% 성장' 흔들
2018.06.25 17:32
수정 : 2018.06.25 20:57기사원문
25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1.0% 증가했다. 지난해 4·4분기 -0.2% 성장에서 큰 폭의 반등에 성공했다. 부진했던 민간소비는 최근 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였다. 1·4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이 같은 민간소비 증가세에도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4·4분기 0.5%포인트에서 올해 1·4분기 0.3%포인트로 떨어졌다. 예상보다 고용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개선세를 강하게 옥죄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월평균 14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37만2000명)과 비교해 반토막 이상이 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1~5월 월평균 17만2000명 감소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5월 실업률은 4.0%로, 2000년 이후 5월 기준 1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의 감소 등도 내수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1·4분기 성장세를 이끌었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둔화가 예상된다. 1·4분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각각 0.5%포인트로, 지난해 4·4분기 -0.4%포인트, 0.1%포인트에서 대폭 상승했지만 부동산 규제 강화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축소로 건설수주가 급감하고 있다. 설비투자도 전년도 기저효과와 수출경기 악화 등으로 성장세가 제약되고 있다.
수출은 호조세다. 하지만 절반 이상은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쏠림에 대한 우려는 하루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날 정부 싱크탱크인 산업연구원도 둔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산업연구원은 '2018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올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15.9%(상반기는 42.5% 증가) 증가가 예상되지만 증가세는 상반기(42.5%)에 비해 대폭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기조도 리스크 요인이다. 철강, 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 관세도 위기다. 미·중 무역전쟁도 간과할 수 없다. 두 국가 모두 우리의 주요 수출국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 중국과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장기적으로도 수출 전망이 밝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의 강력한 재정지출 확대를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은 사실상 쓰기 어렵다. 반면 풍부한 세수여력을 바탕으로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재정지출을 늘릴 여력은 충분하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대외환경 등의 영향으로 정부의 연초 전망보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 등으로 내수도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공격적으로 재정을 풀어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