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약국까지 삼킨 美아마존...M&A 광폭 행보

      2018.06.29 15:04   수정 : 2018.06.29 15:04기사원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의약품 유통 면허를 보유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을 인수하면서 온라인으로 의약품을 팔 수 있게 됐다. 현지 업계에서는 아마존이라는 공룡이 의약품 유통업계를 완전히 뒤집을 것이라는 우려와 아마존의 질풍같은 사업확장 속도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마존은 28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온라인 의약품 판매 및 배달업체인 필팩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필팩은 만성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의 집에 미리 작성된 처방전에 따라 만든 약을 배달하는 업체다.

■美 의약품 유통 시장 지각 변동
지난 2013년에 설립된 필팩은 지난해 매출이 1억달러 수준으로 전체 의약품 유통시장에 비하면 대단한 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필팩은 하와이를 제외한 미 49개주에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면허를 갖고 있다. 관계자는 WSJ에 아마존이 필팩의 브랜드와 의약품 유통 면허 모두를 차지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인수 절차를 마치게 되면 필팩의 면허를 이용해 자사의 쇼핑몰에서도 의약품을 팔 수 있게 된다.
WSJ에 의하면 필팩 인수가액은 10억달러(약 1조원)로 추정된다.

아마존이 의약품 유통에도 발을 들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기존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약국체인이자 26일부터 제너럴일렉트릭(GE)을 몰아내고 다우산업지수에 들어간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의 주가는 이날 9.90% 폭락했다. 다른 의약품 유통업체인 CVS헬스와 라이트에이드의 주가도 각각 6.10%, 11.11%씩 추락했다. 28일 하루 동안 사라진 3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110억달러에 이른다. 스테파노 페시나 월그린 CEO는 같은 날 실적발표에서 아마존의 필팩 인수에 "특별히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의약품 업계는 그저 약을 배달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물리적인 약국의 역할은 미래에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CVS헬스 역시 대변인을 통해 "약국에서 직접 약을 사던 환자들 가운데 배달 서비스로 전향하는 숫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역 확대 서두르는 아마존
의약품 유통업계가 아닌 투자 시장에서는 아마존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09년에 온라인 신발쇼핑몰 자포스를 12억달러에 사들인 아마존은 2017년에 137억달러를 들여 유기농 식품업체 홀푸드를 인수해 미 전역에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의하면 아마존이 지난해 10곳의 스타트업을 사들였다. 아울러 필팩 인수로 인해 아마존이 올해 상반기에 '기업 쇼핑'에 쓴 돈은 모두 합쳐 약 20억달러에 달한다. 아마존이 2년 연속으로 M&A에 연 10억달러 이상을 지출한 경우는 24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미 금융서비스업체 DA데이비슨의 톰 포르테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의 M&A 가속에 대해 성장률 확보 전략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마존이 세계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커지면서 기업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전에 집중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확장과 M&A를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는 아마존이 빠른 속도로 다방면에 진출하면서 조직 내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미 자산운용사 레이몬드제임스의 애론 케슬러 애널리스트는 올해 1·4분기 기준 250억달러에 이르는 아마존의 현금과 소규모 조직문화를 감안하면 감당할 만한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마존이 조직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도 있지만 M&A를 통해 시장 진입 속도를 상당한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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