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도 맛보단 예뻐야 팔린다"… 인스타그램이 바꾼 먹거리 트렌드
2018.07.01 16:56
수정 : 2018.07.01 20:51기사원문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사진.동영상 기반 플랫폼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는'이라는 의미의 'able'이 합쳐진 단어로, 소셜미디어에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장소,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나온 신조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식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음식도 '사진발'이 중요해졌다. 주요 음식점과 요리사들은 '사진 잘 받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메뉴는 물론 인테리어까지 조정한다.
이들 음식이 유명해지고, 잘 팔리는데 맛이나 영양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인증샷'이 되면 충분히 소비할 만한 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다.
일부에선 안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지난 6월 미국 뉴욕시 보건.정신위생국(DOHMH)은 활성탄으로 만든 '블랙 푸드'가 뉴욕에서 금지된다고 밝혔다. 뉴욕에서는 몇 해 전 등장한 챠콜 아이스크림, 챠콜 라떼 등이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숯처럼 새카만 것이 특징인 이들 음식은 활성탄으로 만든 분말을 사용한다. 활성탄은 주로 코코넛 껍데기나 나무 등을 태워 만든다. 이러한 조처에 관련 일부 음식점은 "금지하는 근거를 알 수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반짝이' 음식들도 미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경고를 받았다. 글리터 라떼, 글리터 아이스크림, 글리터 피자까지 보기만해도 예쁜 글리터 푸드는 인증샷으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FDA는 모든 글리터가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FDA는 글리터를 '먹을 수 있는' 것과 '독성이 없는' 것 두 가지로 분류한다. FDA 대변인 마리안나 나움은 "글리터 식품에 라벨을 잘 확인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독성 없음'이나 '장식용'이라고 쓰인 것은 식품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열량 섭취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뉴욕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내놓은 밀크셰이크는 한 잔에 무려 1600kcal에 육박한다. 화려한 모양을 위해 각종 시럽은 물론 초콜릿, 땅콩 버터, 휘핑크림과 아이스크림을 가득 쌓았기 때문이다.
호주에서는 초고열량 디저트 '프릭 셰이크'가 유행했다. 프릭 셰이크를 만든 안나 페트리디스는 "사람들이 먹기 전 사진을 찍는 셰이크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음료는 칼로리와는 상관없이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 비주얼로 SNS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한편 건강식의 진화도 눈여겨볼 만 한다. 채소나 슈퍼푸드 등 건강한 재료들을 한 그릇에 담는 보울푸드나 비건푸드, 건강식 레시피를 공유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채식 샐러드 '붓다보울(Buddha Bowl)'은 지난해 영국 인스타그램 핫 키워드 목록에 올랐다. 단백질이 풍부하며 비교적 칼로리가 낮은 '포케 보울'도 인기다.
SNS를 통해 다양한 음식이 등장하고, 또 진화한다. 다만 보여주기 위한 소비보다 좀 더 안정성을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런던의 유명 식당 쉐프인 제임스 로위는"최근에는 훌륭한 음식이 '어떻게 생겼나'에 초점이 맞춰진다"면서 "어떤 음식이든 가장 중요한 건 음식의 맛"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