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실효성 의문
2018.07.02 15:33
수정 : 2018.07.02 15:33기사원문
피해자를 파악하려면 은행이 채용비리 행위를 인정해야하는데 법적 공방이 순탄치 않은데다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또 은행들이 지원자들의 개인정보를 채용비리 구제를 위해 수년씩 저장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하반기 신규 채용에는 기존 채용비리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과정이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최고경영자(CEO)나 관련 임원들이 조사를 받은 은행들의 경우 법적인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있다'고 단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해당 은행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재판 과정은 더욱 길어진다. 지난달 검찰이 기소한 은행권 채용비리의 발발 시점은 대부분 지난 2013~2016년에 발생한 것들로 적게는 2년, 많게는 5년이 지나서야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사례들에 대해 법적인 결론이 나기까지는 앞으로도 1년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문제는 각 은행들이 지원자들의 정보를 6개월 이상 보존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검찰이 이번에 발표한 사례들의 경우 법적인 결론이 날 때 쯤이면 해당 지원자들의 정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채용 여부가 확정된 날 이후 180일이 지나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관련 서류를 파기해야 한다. 반면 공공기관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에 따라 채용서류를 영구 보존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채용비리를 바로 인정하면 모를까 대부분 법적 공방에 수년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새 모범 규준대로 피해자를 구제하려면 최소 5년간은 개인정보를 은행이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은행들이 채용지원자들의 개인정보를 장기간 보관하려면 각 지원자들에게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야하는데 지원자들이 개인정보 제공을 원치 않더라도 동의를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 또한 정당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들의 여건을 감안했을때에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몇 개월의 공백도 취업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만큼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탈락 후 바로 다른 회사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채용비리로 떨어진 응시자의 경우 다른 회사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만큼 이들이 구제 대상 피해자로 선정되더라도 신입으로 다시 입사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채용비리가 문제가 된 상황에서 앞으로 각 은행들이 채용과정에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피해자 구제라는 것이 실효성은 낮아보이나 그만큼 채용 비리에 엄격하게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