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잡아주세요" 민원 골머리

      2018.07.02 17:06   수정 : 2018.07.02 17:06기사원문

서울 광진구 감염병 관리팀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살충제를 들고 밖을 나선다. 최근 바퀴벌레 방역 민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팀장은 "갑자기 하루 10건씩 바퀴벌레를 죽여 달라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말했다.



광진구 자체 집계결과 지난해 총 방역민원이 1012건이었다. 이중 모기가 711건, 바퀴벌레가 169건이다.
2015년 바퀴벌레 방역민원은 59건에 불과했지만 매해 늘었다. 팀장은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 벌레들이 활발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방역작업을 가도 실제 민원과 다른 경우다. 이 팀장은 "민원이 들어온 주택 인근 하수관에 소형 카메라를 단 로봇까지 투입했지만 30m 동안 1마리를 봤다"며 "먹자골목 때문에 바퀴가 많다는 집에 가보니 먹자골목과 300m 이상 떨어져 도저히 벌레가 이동하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장마철 고온다습… 바퀴는 좋아하는 환경

2일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광진구만 문제는 아니다. 지자체 보건소는 여름철 불쑥 늘어난 바퀴벌레 민원에 골머리를 앓는다. 바퀴벌레는 감염병 위험이 크지 않고 방역 의무대상으로 보기 어려워 정부가 가정집에 서식하는 바퀴에 행정력을 동원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강남구청 감염병 관리팀도 "하루 10건 방역민원 중 2, 3건은 바퀴벌레 민원이다"고 전했다. 강동구청은 지난 6월 방역 민원 총 53건 중 바퀴벌레 민원은 16건이다.

세스코 기술연구팀에 따르면 바퀴는 여름이 제철이다. 바퀴 같은 곤충은 기온이 오른 여름철에 대사가 활발해져 번식과 움직임 모두 왕성해진다. 세스코 가입 대상 조사결과 7.8.9월이면 매달 평균 20만 마리 이상 발생했다. 국내 서식 바퀴벌레 종류 중에는 독일바퀴가 77%로 가장 많다. 일본바퀴, 미국바퀴가 그 다음 순이다.

실제 법은 방역 의무대상을 정해두고 있다.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은 학교, 대규모 업소 등과 공동주택 300세대 이상인 경우 시설을 운영하는 자는 감염병 예방 소독을 해야 한다. 300세대 미만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은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개인이 처리할 부분까지 과도한 민원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강동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간혹 집안 내부까지 (방역을) 해달라는 분도 있다"며 "민원인이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민원 주택 바퀴벌레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도로 하수구, 수도계량기를 뒤져야 한다. 1곳 하는데 1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방역대상에 모기는 인정, 바퀴는 글쎄

정부는 모기와 달리 바퀴벌레가 방역 대상인지 판단이 불분명하다. 감염병예방법 제49조는 지자체장이 감염병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쥐, 위생해충 또는 그 밖 감염병 매개동물 구제 또는 구제시설 설치의무를 명시했다. 하지만 위생해충에 바퀴가 포함되는지 애매하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위생해충 종류를 정확하게 법령이나 지침에서 말하지 않고 있어 난해한 부분이 있다"며 "바퀴벌레는 통상 위생해충에 포함되지만 감염 위험에 있어서는 판단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기는 명확히 감염병을 전파하는 역할이 학술적으로 규정되면서 감염병 대응지침이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 모기 매개 질환은 있는 만큼 모기와 바퀴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는 법정 감염병을 80종으로 두고 있다.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등은 모기가 매개한다. 법정 감염병 중 바퀴벌레가 옮길 수 있는 장티푸스 정도다. 전문가들 의견은 가정내 바퀴가 법정 감염병을 전달할 위험성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교수는 "과거 재래식 화장실을 쓸 때 바퀴가 분변에 거주하며 장티푸스 등 수인성 감염병을 옮기기도 했지만 근래는 수세식으로 변하며 드문 일이 됐다"며 "바퀴가 병원이나 음식점에서는 문제가 된다. 일반 집까지 보건소가 방제할 순 없다"고 평했다.
이어 "WHO(세계보건기구)는 위생곤충 정의를 병원균을 옮기는 것뿐 아니라 정신적 위해를 주는 것도 포함한다"며 "바퀴가 인류와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만큼 불결함과 공포감을 주어 위생해충인 건 맞다"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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