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용어부터 바로잡자
2018.07.03 17:11
수정 : 2018.07.03 17:11기사원문
"군대 간 사람은 그럼 비양심적이란 말인가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해 토론할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항변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단어 자체에는 정서적 거부감을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군대 문제의 민감성을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헌재 결정에 따라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 도입은 불가피하다. 반대하는 국민들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려면 따라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다. 먼저 용어의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 대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 부를 필요가 있다. 여기서의 양심은 선악 개념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전은 컨시엔셔스 오브젝터(conscientious objector)를 '도덕적,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이라 설명한다. 문제는 '양심적'이라는 번역에서 생긴다. 우리 말로 양심적인 사람은 선한 사람, 착한 사람을 가리킨다. 군대를 거부하는 사람은 '양심적'인 선한 사람이고 그 반대의 선택을 하는 사람은 '비양심적'이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앞서 말한 항변이 괜한 어깃장만은 아닌 것이다. 공식적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 불러야 한다.
종교의 문제 또한 만만치 않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2004~2013년 10년간 병역거부자 6164명의 99.2%인 6118명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그렇잖아도 갖가지 병역 회피 사례가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다. 종교가 아닌 개인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다수 나올 때 이를 인정할지, 판정은 어떻게 할지도 장애물이다. 대체복무가 현역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도록 하겠다는 국방부 방침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대체복무가 현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이다. 현역 복무기간의 1.5배~2배의 기간 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도록 설계할 경우 '징벌적'이라는 새로운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가 주도하는 '병역대체' 복무는 하지 않겠다는 말도 벌써 나온다. 이미 여러 하급심 판결에서 예상되었던 문제이다. 일부 헌재재판관들은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청구인 등이 주장하는 대체복무는 일체의 군 관련 복무를 배제하는 것이므로, 국방의무 및 병역의무의 범주에 포섭될 수 없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를 규정하라고 하는 것은 병역법 및 병역종류조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항을 신설하라는 주장이다."
법적 결론은 일도양단으로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 정책과 입법으로 구현하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용어에서부터 하나하나 세심하게 매듭을 풀어나가지 않으면 실타래가 더 엉킬 수도 있다. 병역법 개정에 앞서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노력이 특히 중요하다. 헌재의 표현처럼 "병역의무이행이 국민의 숭고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되는 게 아니라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이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