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하면 막창이지! 무슨 소리, 뭉티기 모르나?
2018.07.05 17:15
수정 : 2018.07.05 17:15기사원문
【 대구=조용철 기자】 대구는 서울에서 KTX를 타면 2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여행지다. 무엇보다도 여행지를 찾아가는 사람들에겐 특별히 기대하는 것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일상적으로 사는 곳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찾게 마련이다. 흔히 접할 수 없는 먹거리도 충분히 있어야 한다.
대구는 막창부터 시작해서 닭똥집, 통닭, 대구식 복매운탕, 따로국밥, 냉면 등 먹거리가 많다는 점에서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사통팔달 교통이 발달돼 있어 KTX에서 내린 뒤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면 대구 전역 어디로나 먹거리를 찾아가기 편하다.
대구는 사실 엄청난 관광지가 아닌 게 여행객들에겐 고맙다. 해외도 그렇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즐기는 것 보다는 길거리에서 와플을 사먹는 것이 더 인기다. 길거리에서 찾는 주전부리는 대부분 몇 푼 안 하니 실패할 염려도 없다. 대구에는 젊은층뿐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선호하는 주전부리 아이템이 지천에 널려 있다.
기름에 갓 부쳐낸 '납작만두'는 담백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납작만두는 사실 속에 거의 든 것이 없다. 그래서 원래 '걸뱅이 만두'라고 불렸다. 하지만 얇은 만두피에 당면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 물에 한번 삶은 다음 구워 간장을 술술 뿌려 먹는 맛은 먹을수록 생각나는 별미다. 떡볶이나 매운 야채에 섞어 매콤하게 즐기기도 한다. 채 썬 양배추가 든 매콤한 쫄면과도 썩 잘 어울린다.
대구에서 막창을 맛보지 않고서는 대구 음식을 논하기 어렵다. 막창은 보통 소막창과 돼지막창을 함께 지칭하지만 부위는 서로 다르다. 소 막창은 4번째 위를 의미하고, 돼지막창은 글자 그대로 동글동글한 대창의 끄트머리를 의미한다.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곱창. 안지랑 곱창골목은 연탄불에 직접 구운 쫄깃한 곱창과 막창이 인기다. 담백하고 고소해 술 한 잔 안주로 삼기에 딱이다. 60여곳의 곱창집이 500m 골목을 따라 양쪽으로 들어서 있다. 서로 비슷한 간판 불빛이 장관이다. 곱창집이 밀집돼 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해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원재료인 곱창을 모든 점포가 엄선된 한 공장에서 공동 구매하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다. 보다 깔끔한 분위기를 원하면 골목 앞쪽 가게를 이용하면 된다. 물론 원조 곱창골목의 포스를 느끼고 싶다면 안쪽 가게를 고르면 된다.
삼남에서 가장 번성하다는 서문시장은 '먹거리 백화점'으로 손색이 없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칼국수집이 시장 내 가득하다. 풋고추 하나씩 들고 뜨거운 칼국수를 먹는 재미가 있다. 무려 16가지 나물이 들어가는 보리비빔밥과 순대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전부리다.
여유가 좀 된다면 차진 육질을 자랑하는 뭉티기(생고기)나 찜갈비도 먹어봄직하다. 1970년대부터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소갈비를 담아 매운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주양념으로 한 동인동 찜갈비는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우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를 다 먹은 뒤 밥을 볶아 먹는다. 100m 정도 되는 골목 양쪽으로 찜갈비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1950년대 후반 사태살의 일종으로 소 뒷다리 안쪽의 허벅지살인 처지개살을 뭉텅뭉텅 썰어 참기름, 마늘, 빻은 고춧가루 등을 섞은 양념에 푹 담궈 먹는 조리법으로 개발된 뭉티기는 전국에서 대구가 유일하다. 싱싱한 한우의 참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뭉티기'란 '엄지손가락 한마디 크기만 하게 뭉텅뭉텅 썰어낸 생 소고기'를 의미한다.
대구 먹거리 여행을 다니다보면 자연스레 치맥으로 이어진다. 대구는 치맥의 고향이다. 멕시칸치킨, 멕시카나, 처갓집양념치킨, 교촌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등 국내 대부분의 치킨 체인점은 대구와 그 인근에서 출발했다. 더워서인지 옛 지명이 '달구벌'이어서인지 몰라도 통닭은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맥주도 더운 날씨에 무척 어울린다.
대구에는 '4대 통닭집'이 있다. 동문치킨, 뉴욕통닭, 원주통닭, 진주통닭이다. 약전골목에 위치한 동문치킨은 50년 역사를 자랑한다. 진주통닭은 일반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다른 맛과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주문과 동시에 튀기는 통닭 맛이 일품이다. 바삭한 튀김옷에 촉촉한 고기, 그리고 육즙도 흥건하다. 염지를 많이 하지 않은 닭은 닭고기 고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자아낸다. 양념치킨도 끈적임없이 매콤한 맛을 낸다. 치맥의 본향답게 저절로 맥주를 찾게 만드는 맛이다.
치맥의 고향인 대구 두류공원 일원에선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2018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린다. 전국의 치맥 마니아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로 여섯번째를 맞은 대구치맥페스티벌은 명실상부 대구의 대표 여름 축제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발돋움했다.
올해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치맥파크영화관, 치맥비치&아이스카페, 프리미엄 치맥클럽, 치맥놀이공원 등 다양한 테마로 치맥을 즐길 수 있게 했다. 특히 클럽에 온 듯 스탠딩존에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치맥클럽은 여름밤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것으로 보인다. 무더위를 잊게 해줄 차가운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즐기는 시원한 치맥파티와 미니 풀장에서 물놀이와 함께 즐기는 치맥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 만점. 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는 5000명이 동시 관람할 수 있는 대형 영화관이 세워진다. 듣기만 해도 좋은 치맥 힐링 파크 영화관. 올해는 수입맥주 브랜드존도 확대 운영된다. 이외에도 EDM 파티, 치맥 99타임, 버스킹, 맥주칵테일 경연대회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