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영화를 싣고~
2018.07.09 16:58
수정 : 2018.07.09 16:58기사원문
방학 시즌을 앞둔 7월 초.중순, 어떤 뮤지컬을 봐야 할까 망설여진다면 여기 검증된 '무비컬'들이 있다. 영화를 원작으로 재구성한 뮤지컬인 무비컬의 경우 원작과 뮤지컬의 러닝타임이 거의 비슷해 익숙한 스토리에 좀 더 자연스러운 전개로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여름에는 특히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영화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 중에서도 호평 받았던 작품들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한반도 평화 기류 타고 재연 '국경의 남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되려면, 우린 꼭 함께 있어야만 합니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국경의 남쪽'은 '분단'과 '탈북'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안판석 감독이 2006년 제작한 차승원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지난 2016년 뮤지컬로 초연돼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작품의 배경은 평양과 서울. 만수예술단 호른 연주자인 선호와 얼굴과 성격이 시원스러운 무용수 연화는 평생을 약속한 사이다. 하지만 선호 가족이 남쪽의 할아버지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당국에 발각되고, 선호는 연화와 다시 볼 것을 기약하며 국경을 넘어 남한으로 내려온다. 북에 홀로 남겨진 연화를 데려오기 위해 선호는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를 버티지만 연화를 데려다주겠다던 브로커에게 속아 거액의 돈을 사기당하고 연화가 북에서 결혼했다는 소식에 낙심한다. 그 앞에 나타난 서울 여자 경주가 그를 달래주고 선호는 경주와 새 출발을 한다. 2년 전 초연에 비해 이번 재공연에선 작품의 정서를 더욱 강조했다. 반능기 연출은 "인물간 감정과 호흡에 집중한 시적인 무대를 꾸미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에서 선호 역을 맡았던 최정수와 신예 강상준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선호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또 연화 역에는 김건혜와 송문선, 경주 역에는 초연 당시 같은 역을 맡았던 하선진이 캐스팅됐다. 공연은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다시 마주한 첫사랑 '번지점프를 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5년 만에 관객들과 다시 만나고 있다.
2001년 개봉한 이병헌·이은주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5년여에 걸친 기획과 창작 과정을 통해 2012년 초연 당시 웰메이드 뮤지컬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3년 공연 이후 5년 만에 다시 돌아온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오랜만의 공연임을 감안해 기존의 스토리텔링을 토대로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추가 대본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중극장인 세종문회관 M씨어터의 규모에 맞는 8인조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라이브 연주를 하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무대, 조명, 소품을 활용했다.
17년 전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던 태희와 안타까운 이별을 한 후 그녀를 잊지 못하고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채 살아가는 남자 인우 역에는 강필석과 이지훈, 소나기처럼 예고 없이 인우의 우산에 뛰어든 당돌하지만 사랑스러운 여자 태희는 임강희와 김지현이 더블 캐스팅됐다. 인우가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으로 작은 습관부터 말투까지 태희와 닮아 인우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현빈 역은 최우혁과 이휘종이 연기한다. 공연은 8월 26일까지.
■영화의 명장면이 무대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라는 스칼렛 오하라의 대사로 유명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3년만에 다시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프랑스 라이선스로 국내 초연됐던 이 작품은 미국 작가 마거릿 미첼의 동명 장편소설과 비비안 리·클라크 케이블 주연의 동명 영화(1939년)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당시 원작 소설은 출판 6개월만에 100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동명 영화는 아카데미상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 및 10개 부문 수상을 기록했고 전미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재공연에서는 주인공 스칼렛과 레트의 황혼 키스신 등 영화의 명장면을 그대로 재현한다. 이를 통해 한국 관객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겠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출가로 데뷔한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은 "한국인들이 기억하고 있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요 장면을 많이 반영해 연출하려 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기획한 쇼미디어그룹 관계자도 "프랑스에서 스몰 라이선스로 작품을 들여오면서 한국어 버전의 독창적인 '바람사'가 만들어졌다"며 "한국어 버전에서는 의상뿐 아니라 무대, 세트, 연출 등에서도 영화를 그대로 차용했고 음악도 영화의 OST로 사용됐던 '타라의 테마'를 새롭게 추가했다"고 밝혔다. 공연은 29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