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 모녀 목숨 앗아간 종로 여관 방화범 2심도 사형 구형

성매매를 거절당하자 홧김에 여관에 불을 질러 7명의 목숨을 앗아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모씨(53)의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 사건 항소심에서 이 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심에서 "욕정을 채우지 못한 피고인이 분풀이를 위해서 치밀하게 방화 계획을 세웠다"며 "불특정 다수가 숙박하는 여관에 불을 지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생전에 느꼈을 공포와 고통을 고려한다면 죄책에 상응하는 선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은 "법이 허용하는 한 가장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검찰이 구형한 사형은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면서 "유씨가 수사 초기부터 현재까지 전체적인 범행을 자백하는 점, 확정적인 살인의 고의를 갖고 저지른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사형 선고가 의문의 여지 없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며 유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유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나로 인해 가족을 잃은 상심과 고통 속에 지내실 사람들에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

잘못을 깨달은 순간 참을 수 없는 후회가 밀려왔다. 정말 잘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유씨는 지난 1월 20일 새벽 3시께 서울 종로의 서울장여관에 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날 2시께 술을 마신 뒤 여관에 들어가 업주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근처 주유소에서 산 휘발유 10ℓ를 여관 1층에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박모씨(34·여)와 14세, 11세 자녀를 포함해 총 7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유씨의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6일 오전 10시에 이뤄진다.

[e-mail]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