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터 ‘삐걱’...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어쩌나

      2018.07.14 06:00   수정 : 2018.07.14 06:00기사원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지침) 관련 주주권을 단계적으로 행사한다. 이사·감사 후보 추천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제반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보류한다. 중소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위임은 당분간 유예될 전망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는 17일 금융투자협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의견 수렴을 하기로 했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하면 시행된다.

국민연금은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감사 후보 추천 방안 등을 2021년 이후 장기과제로 미뤘다. 국민연금은 주주가치를 훼손해 개선을 요구했지만 수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는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관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은 강화한다. 투자한 기업의 모든 주총 안건에 찬반 의견을 주총 이전에 공시하기로 했다. 지금은 의결권 행사 내역을 주총 후 14일 이내에 공시했다. 만약 주총 안건에 반대할 경우 반대 사유를 충실하게 설명해 의미 있는 정보를 시장관계자들과 주주들에게 제공한다. 국내 상장사의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의 주장과 근거가 알려지면 다른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주주들은 국민연금과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간 운용사에는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70조원 규모 위탁주식에 대해서 대형 위탁운용사와 중소 위탁운용사로 나눠 위임하는 방안이다. 중소 위탁운용사의 경우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대통령 공약을 위한 것이 아니냐”며 시장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재벌 등 국내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과도한 경영권 간섭이라는 우려에도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강행키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면 당장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기업 299개가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이 해당된다. 투자회사의 사외이사와 감사 추천, 주주대표 소송, 경영진 면담, 주주이익 무시 기업에 대한 중점관리, 손해배상 소송 등 적극적으로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건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의결권 행사를 강행하려 한다는 우려다. 한 공제회 기금운용 본부장(CIO)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안건을 충분히 분석한 후 행사해야 하는데 준비가 안됐다. 인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후 검증기관도 없다”며 “현재 외부 의결권자문기관의 자문의견을 수용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 기관마저도 상장사의 안건을 전부 분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석진 의원(자유한국당)은 민간 전문위원회에 의결권 권한을 이관하는 것과 관련, 연금사회주의로 갈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국민연금의 지상목표는 중장기 투자 수익”이라면서 “현재 가장 큰 우려는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대기업 개혁을 위한 수단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정부는 70조원 가까운 국내주식 위탁자산의 의결권 행사를 민간 자산운용사에 넘기는 방안을 내놨지만 의결권 행사 분산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에 비해 규모가 작은 민간 자산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맞춘 의결권 행사 조직을 갖추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에서 운용보수를 받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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