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대신 갈 수 있는 곳 교도소 뿐… 특혜 바라지 않아"

      2018.07.17 17:22   수정 : 2018.07.20 08:38기사원문



내년 말 도입되는 대체복무제는 복무기간뿐 아니라 근무 강도도 쟁점이 되고 있다. 대체복무제 근무 기간과 강도는 현역병보다 세야 병역기피 악용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의 현실에서 징병제를 유지하는 만큼 대체복무제로 병역 기피자가 늘면 군대 유지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양심·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자들은 징역살이뿐 아니라 교도소내 치매·임종 직전 수용자 등을 간병하는 어려운 일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수감된 540명 가량은 대다수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그들은 "절대 도망가려는 게 아니라 대체할 수 있는 복무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종교적인 문제 등으로 언론 등에 노출되길 꺼려왔다. 이번에 어렵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만나 그들의 사정을 들어봤다.

"요한복음 가운데 '제가 세상에 속해 있지 않는 것처럼 그들도 세상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라는 말씀에서 참 그리스도인이 따라야 할 사람을 묘사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사회적 문제와 관련해 엄중 중립을 유지하며 세상의 분쟁에 연루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지난 13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호와의 증인 집회에서 한 목회자가 '중립'에 대해 설파하는 말이다. 현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수감된 인원이 최소 540명으로 이 중 거의 대다수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이들이 병역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한 종교적 신념을 잘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교도소서 힘든 일 맡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중 한 명인 박경환씨(29)는 2012년 2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았다. 이후 6년4개월 동안 재판이 중단되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규정이 없는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하면서 그의 기다림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재판이 여태껏 미뤄진 것은 당시 사건 담당 판사가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같은 지역 김태인씨가 2011년 12월 2일 위헌 제청을 신청하면서 박씨 또한 자연스레 제청으로 이어졌다. 그는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1심 재판을 받고 나면 피고가 최후 변론을 하잖아요. 그때 판사가 물었어요. 유죄가 나와도 계속 항소를 할 거냐고, 그래서 저는 항소할 겁니다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판사가 먼저 위헌을 제청해보겠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전국에서 올라온 하급심의 위헌 제청은 이번 헌재 판결까지 약 30여건에 이른다.

그를 담당했던 검사가 박씨에게 한 말도 인상적이다. 박씨는 "사법 연수원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아직은 사회적 통념상 이를 받아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1년6개월 정도 공부하고 온다고 생각해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현직 검사나 판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을 인지하고 있었다.

당시 만난 교도관의 우스갯소리도 떠올렸다. 그는 "한 교도관이 '여호와(의 증인) 애들 요즘 왜 안 들어오냐'라고 물었어요. '저는 항소 중인 사람이 많다'라고 답했죠. 그랬더니 그는 '항소하면 안 돼. 그래야 우리도 돕고 그래야지(하하)'"라고 전했다.

통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치매에 걸린 수용자들이나 임종 직전에 있는 수용자들을 간병하는 일 등 다른 수용자나 교도관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들을 맡는다고 한다. 항간에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없으면 감옥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그 교도관은 내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계속 들어와 자신들의 일을 도와주길 바라는 속내가 담겨 있었다.

■어떤 형태의 대체복무 나올지 기대

이후 박씨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국내 전도 활동을 했으며 최근 2년은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꿈꿔왔던 해외 전도 활동은 잠시 미룬 상태였다.

그는 대체복무제가 특정 종교에 주는 특혜라는 주장에 대해 "특정종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병역을 거부할 수 있죠. 군대에 간 사람도 군대에 가겠다는 결정을 한 거잖아요"라면서 "그런데 이걸 특정 종교에만 주는 특혜라고 볼 순없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대체할 수 있는 복무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절대 도망가려는 게 아닙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박씨는 내년 12월까지 만들어질 대체복무제를 기다린다. 그는 "어떤 형태의 대체복무제가 나올지 대단히 궁금하다.
다만 군하고 무방한 순수 민간 기관에서 복무하길 기대하고 있다"라며 "독일, 대만처럼 우리나라도 시간이 지나면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이 아니구나라는 걸 국민이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n 스포트라이트 - 대체복무제] <上> "복무기간 현역 2배 돼야" vs. "1.5배 이상은 징벌 수준"
<下> 관리감독 주체 놓고 軍-시민단체 대립… 예비군 문제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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