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상처 입었으니 그 상처, 사람이 치료합니다
2018.07.17 17:27
수정 : 2018.07.17 17:27기사원문
위험에 처한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일은 사람만 할 수 있다. 공주대학교 산하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동물구조 최전선에서 매일 신고전화를 받는다. 수의사, 재활관리사 등 10명이 근무한다.
여름에는 야생동물 구조 출동 수십건
17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지난해 1063마리 야생동물을 구했다. 이중 126마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50마리는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었다. 조류가 786마리로 약 74%, 포유류는 274마리로 26%를 차지한다. 이중 절반 만이 살아남아 자연으로 돌아간다.
구조활동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달려오는 차량을 피하다 도로에 쓰러진 고라니나 유리창에 부딪힌 붉은배새매를 살린다. 건물 외벽에 둥지를 지은 멧비둘기를 위해 베란다를에 위태롭게 설 때도 있다. 신고가 많은 날엔 하루 600km를 오가며 온종일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김 재활관리사는 "정시퇴근을 하려다가도 한 생명이 죽는다고 생각하면 발길이 무거워진다"며 "생명체를 구조하는 업무는 윤리적 업무다"고 담담히 말했다.
여름철 가장 많은 야생동물 사고는 새끼동물 미아(迷兒)다. 둥지에서 떨어진 황조롱이, 하수구에 빠진 수달 등 새끼들은 어미와 분리된다. 사람이 신고하는 만큼 동정심에 새끼를 원래 있던 곳에서 무작정 데려오는 경우가 발생한다. 야생동물은 어미와 떨어지면 혼자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새끼동물을 발견하면 제자리에 두고 구조센터 신고가 먼저다.
구조센터는 동물을 치료해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게 목표다. 미아가 된 매 새끼를 돌보다 자연으로 날려 보내는 순간, 직원들은 시원섭섭하다. 힘들게 훈련시킨 동물이 험난한 생태계와 위험 속에서 잘 살아낼지 걱정이 크다. 김 관리사는 "매 순간 긴장하며 살아갈지언정 동물에게는 야생 삶이 더 행복하다"며 "구조센터에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다"고 웃었다.
지구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곳
구조센터가 동물구조만 하는 게 아니다. 야생동물 연구, 교육 기관 역할도 구조만큼 중요하다. 구조 이후 야생동물을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할지 더 나아가 일반 시민들에게 야생동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센터 목표다. 구조센터는 학교기관, 환경단체 등을 초대해 지난해 모두 55회, 915명을 교육했다.
김 관리사는 교육 역할을 강조했다. "야생동물 구조나 보호 의지는 동물에 대한 감수성에서 시작한다. 감수성을 일깨우는 건 교육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야생동물 보호에 관심을 가져서 함께 고민하는 게 결과적으로 생명을 아끼는 사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은 야생동물을 볼 기회가 많지 않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산 속에서 어떤 동물이 사는지, 나무 이름이 무엇인지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을수록 야생동물은 사라진다. 박영석 센터장은 "야생동물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필수적 주체다. 하지만 우리는 생태계와 삶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살았던 것 같다"며 "삶의 발자취는 곧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야생동물 생존을 위협하는 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 인류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사진=충남야생동물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