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시장 슬로건 그대로 사용..용인·여수, 혈세낭비 막는다
2018.07.22 16:40
수정 : 2018.07.22 18:58기사원문
【 용인·여수=장충식 황태종 기자】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예산낭비를 우려해 경쟁자였던 전임 시장의 슬로건을 그대로 사용하는 지자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매번 단체장이 바뀌면 교체하는 '1회용 슬로건'을 새롭게 만드는 대신, 혈세낭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기존 슬로건을 계승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22일 경기도 용인시와 전남 여수시 등 두 지자체는 민선7기 시장의 시정 슬로건을 변경하지 않고, 전임 시장 때의 슬로건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백군기 용인시장은 전임 시장의 정책 중 좋은 것은 그대로 이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정찬민 전 시장의 시정 슬로건인 '사람들의 용인'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백 시장은 슬로건을 교체하지 않은 이유로 "지금의 슬로건이 후보시절 강조하던 '사람중심' 시정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며 "간판 등 시설물 교체로 인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까지 방지할 수 있어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용인시는 '사람들의 용인'을 포함해 역대 시장들의 시정 슬로건이 '용인시 상징물 조례'에 따른 공식 브랜드나 심벌마크는 아닌 만큼, 앞으로 생산되는 공문서에는 조례에 명시된 용인시 공식 심벌마크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권오봉 여수시장 역시 민선 6기 주철현 시장이 사용했던 시정 슬로건 '아름다운 여수, 행복한 시민'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권 시장은 "이 보다 더 멋진 슬로건이 없는 것 같아 그대로 사용하고 세부 실천사항은 시민의 여망과 자신의 시정철학 및 실천의지에 부응하는 내용으로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특히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정구호를 바꾼다는 것은 예산낭비이며 결국 시민의 부담일 수밖에 없다"면서 "적은 금액이 이지만 예산을 절감하고 아껴서 뜻 깊은 일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렇듯 각 지자체 슬로건은 4년의 임기동안 단체장의 정책 비전과 방향을 함축해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모든 지자체에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민선7기 시작과 더불어 새로운 슬로건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체장이 바뀔때마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투입되는 교체비용에 대해 '혈세낭비'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오랜시간 사용할 수 있고, 지역 특성을 담아낸 브랜드나 상징물, 슬로건 제정에 대한 요구도 나타나고 있다.
jja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