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서운 서울.. 괴이학회가 선사하는 '도시괴담'의 매력

      2018.07.28 09:01   수정 : 2018.07.30 14:22기사원문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 이 거대한 마경(魔境)에 과연 인간만이 존재할까?'

창작자들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텀블벅’에 지난 23일 올라온 도시괴담 소설집 〈괴이, 서울〉의 한 문장이다. 이 책은 증명하기 어렵지만 묘하게 현실적인 도시괴담을 소개한다. 〈괴이, 서울〉은 텀블벅 등록 후 12시간 만에 목표 후원 금액 136%를 달성하며 일찌감치 펀딩에 성공했다.



도시괴담(도시전설·Urban Legend)은 근현대를 배경으로 한 전설의 일종이다. 생소해 보이지만 지난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 유행했던 ‘홍콩할매귀신’이나, 1990년대 10원~1만원 화폐에 당시 한국조폐공사 사장 딸의 흔적이 있다는 이른바 ‘김민지 괴담' 등이 한국 사회에서 통용됐던 도시괴담이다. 폐원한 곤지암 남양정신병원을 둘러싼 괴담을 바탕으로 한 영화 ‘곤지암’은 대표적인 도시괴담 창작물이다. 초인종 괴담과 빈집에 모르는 사람이 숨어 산다는 괴담을 결합한 영화 ‘숨바꼭질’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괴이, 서울>은 괴담·호러·공포 소설 전문 출판 레이블 ‘괴이학회’에서 펴냈다.
김선민, 남유하, 배명은, 사마란, 엄길윤, 엄성용, 왼손 작가 등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공포, 호러 소설을 써온 프로 작가들이 주역이다.

각자 개성이 넘치는 장르문학을 쓰고 있으며 장르문학 출판사 황금가지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 출신이기도 하다. 괴이학회의 작가들은 ‘괴담과 호러 콘텐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한국 문학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펜을 잡았다. 국내 장르문학 중 호러 소설의 비중이 높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의미 있는 시도다.


최근 한국 출판 시장은 감성 에세이가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 비해 출판 업계 전반이 위축되고 돈이 되지 않는 작품을 출간하려는 출판사도 줄었다. 이 과정에서 문학 작품의 다양성은 크게 퇴보했다. 괴이학회는 독자들이 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선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공포, 호러 소설 작가들이 실험적인 이야기를 출판할 수 있는 시장을 키우면 문학의 다양성도 한걸음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괴이학회를 운영하고 있는 김선민 작가에게 모임과 〈괴이, 서울〉에 대해 물어봤다. 김 작가는 지난 4월 소설 〈파수꾼들〉(출판: 황금가지)로 데뷔한 신진 작가다. 〈괴이, 서울〉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10가지 괴담을 담고 있다. 서로 무관할 것 같은 개별 이야기들은 긴밀하게 연결돼 각 사건에 영향을 준다.

괴이학회는 같은 세계관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를 이 작품을 통해 실험해보고 있다. 김 작가는 "클리셰가 많이 존재하는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보다 공포 문학은 상상력이 더 필요한 분야다. 그러나 시장 논리와 부딪히는 순간 이야기의 신선함이 훼손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더 새롭고 실험적인 이야기를 창작하는 데 중점을 두고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무서운 이야기들은 ‘괴담 앤솔로지’로 묶인다. 앤솔로지란 주제나 시대 등 하나의 기준에 따라 시나 단편 소설을 선정해 한 권으로 묶는 작업을 말한다. 작가들이 실제로 겪었거나 상상한 도시괴담을 엮은 소설집 프로젝트가 바로 ‘괴담 앤솔로지’다.


괴이학회는 〈괴이, 서울〉이 끝나면 '집'을 소재로 새로운 괴담집을 낼 예정이다. 다른 콘텐츠로 재가공할 계획도 있다.
김 작가는 “앞으로 중편, 장편 소설은 물론 텍스트 기반 게임이나 영화, 웹툰, 그래픽 노블도 제작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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