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밀리고 불황에 치이고 빈 가게만 수두룩한 '패션1번지'
2018.07.31 17:26
수정 : 2018.08.01 18:10기사원문
최근 내수부진에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상황까지 겹치면서 전국의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의류 브랜드를 한곳에서 볼 수 있어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던 패션골목인 '로데오 거리'도 예외는 아니다. 상가 건물마다 '공실'인 곳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3년 전만 해도 전용59㎡ 상가는 인기가 많아 권리금만 7000만~1억원, 월 임대료도 600만원 선이었다. 지금은 권리금이 사라졌고 월 임대료도 4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문정동 A중개업소 관계자) 1990년대 국내 대표적인 할인매장 1번지로 불리며 각종 브랜드 매장이 즐비해 있던 '패션 특화거리'가 불황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때는 주말 쇼핑객만 수만명일 정도로 거리가 붐볐지만, 이제는 한 집 걸러 빈 점포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공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7월 31일 서울 문정동 로데오 거리 내 공영주차장에서 만난 한 요금관리원은 "주말이나 평일이나 별 차이 없어 주말에도 (거리가) 한산해서 주차하는 데 무리가 없다"면서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보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낮 최고기온이 38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와 평일 낮인 점을 감안해도 이날 로데오 거리와 상점에서는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상점마다 옷이나 상품을 진열하는 점원들의 움직임만 분주했다. 주말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는 게 상점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여성의류 매장 관계자는 "그나마 주말이 좀 더 붐비기는 하지만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여름휴가 기간까지 겹치면서 (로데오 거리가) 더 한산해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목이 좋은 곳'으로 꼽히는 로데오 거리 초입에 위치한 중대형 상가부터 '임대 문의' 알림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는 곳도 눈에 띄었다. 불과 2~3년 전까지 있었던 수억, 수천만원의 가게 권리금이 사라졌고, 월 임대료도 최고 200만원가량 떨어졌다는 게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대부분의 상가 건물은 권리금이 없다. 전용면적 59㎡는 보증금 4000만~5000만원, 월 임대료 400만원 선이다. 2~3년 전과 비교해 월 임대료가 30~40% 하락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롯데월드몰과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 등이 생기면서 방문객의 발길이 뜸해지고 가게도 많이 빠진 상황"이라며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내려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적으니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복합쇼핑몰 등이 늘어나면서 '패션 특화거리'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데다 온라인 쇼핑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역마다 인기 있는 업종이 바뀌고 있다"면서 "특히 문정동 일대는 대규모 법조타운이 들어서면서 기존 소상권 중심에서 업무지구 중심으로 트렌드가 바뀌다보니 로데오 거리의 침체된 분위기가 더 가속화된 것 같다"고 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