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수급비 횡령·부당노동 강요한 시설 수사 의뢰
2018.08.02 12:00
수정 : 2018.08.02 12:00기사원문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들의 수급비나 보조금을 가로채고 부당 노동을 강요한 장애인시설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6월과 11월 장애인들의 수급비 착복이나 후원금 유용이 의심되는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과 중증장애인거주시설 내 민원과 진정을 접수하고 직권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정신장애인시설은 쓰레기 정리, 청소, 텃발 작물 재배 등을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시켰고 인근 농가나 교회 등지에서 일을 지시한 뒤 일당 2~4만원을 착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시설은 보건복지부의 ‘작업치료지침’에 규정된 프로그램 계획서, 작업동의서나 근로계약서, 작업평가서 등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시설 거주인을 시설 대표의 자택 주소로 위장 전입시켜 5년간 타 시도보다 높은 금액의 주거수당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는 시설 거주 장애인 29명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수당 입금 통장·도장을 생활재활교사들이 관리하며 십일조, 주일헌금 명목으로 각각 매달 2만원, 매주 3000원씩 일괄 인출해 예배 때 헌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의 명시적 동의가 없었고 헌금된 금액은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800여만원에 이른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당 시설장은 별도 개인시설을 운영하면서 장애인이 입소할 때 개인별 생활비 월 30만~50만원을 납부하기로 합의서를 작성해 운영비를 마련했다. 이 돈은 장애인의 식비 등에 사용됐지만, 인권위 조사 전까지 시설장 급여로 월 180만~200만원, 개인차입금 이자로 월 50만원을 지출했다. 이 과정에서 시설 직원이 장애인 통장을 일괄관리하면서 출금시 대리서명을 하고 개인금전 사용과 관련된 위임장과 지출결의 등 회계장부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지난 2007년 6월 신축한 장애인거주시설 생활관 일부를 시설장 부부의 사택으로 사용했고, 2015년부터 작년 11월까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은 보조금 예산으로 난방비,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3150여만원과 사택의 공공요금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