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중국에 백기투항

      2018.08.02 17:08   수정 : 2018.08.02 17:08기사원문


지난 2010년 당국의 검열에 맞서 중국에서 철수한 구글이 8년 만에 다시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검열 기능이 포함된 검색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구글의 중국 복귀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전했지만 이미 회사 안팎에서는 시장 확보를 위해 원칙을 져버렸다는 비난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미 온라인 매체 인터셉트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1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구글이 '잠자리'라는 이름의 중국 전용 검색 애플리케이션(앱) 제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당국 관계자들에게 시제품 시연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시장 포기 못해

구글은 지난 2000년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했으나 반정부적인 콘텐츠 검열을 요구하는 당국과 싸우면서 점차 사업을 축소했다. 2009년 유튜브 서비스를 중지한 구글은 이후 중국 인권운동가들의 지메일 계정이 해킹당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2010년에 중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중국 정부는 곧장 구글 관련 웹사이트들의 접속을 차단했으며 그 사이 중국에서는 바이두 같은 토종 검색엔진들이 성장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당시 철수를 결정하며 중국의 검열이 "전체주의의 상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2015년 구글의 창립세대가 지주회사인 알파벳으로 물러나고 새로 취임한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인터넷 사용자를 자랑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구글은 지난해 중국에 인공지능(AI) 개발 센터를 짓는다고 밝혔으며 지난 6월에는 중국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징둥(JD)닷컴에 5500만달러(약 619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구글은 지난해 봄부터 잠자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피차이 CEO는 같은 해 12월에 중국 고위 관계자들과 회동하기도 했다. 인터셉트에 따르면 구글이 개발한 앱은 중국 정부가 지정한 사이트를 검색 결과에서 제외하도록 제작됐으며 당국의 심사를 통과한다면 6~9개월 안에 출시 가능하다. 구글 대변인은 이번 보도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기대보다 우려 많아

다른 익명의 관계자는 NYT에 아직 중국 복귀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글이 이전에도 특정 서비스를 만들어 놓고 대중에 공개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보도의 파장은 벌써부터 뚜렷해지고 있다. NYT는 1일 구글 내부 메시지 네트워크에 중국 복귀를 놓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직원들은 이번 결정이 '기술이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구글의 운영 철학을 위반했다며 소속 부서 이전을 요구하거나 업무를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회사 바깥에서도 걱정이 적지 않다. 인권단체인 국제 엠네스티는 만약 구글이 중국의 검열 정책을 수용한다면 "인터넷 자유에 있어 암흑의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구글의 중국 복귀는 정치.외교적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구글은 지난 6월에 자사의 기술이 살상용으로 쓰일 수 있다며 미 국방부와 AI 공동연구를 중단했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은 구글이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들과 정보 제휴 협약을 맺은 점을 지적하고 구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의원들은 구글이 미군 대신 중국 공산당을 지원하는 위선적인 행동을 한다고 비난했다. NYT는 현재 미.중 무역전쟁을 감안하면 중국이 구글의 중국 복귀를 미 정부와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보분석업체인 중국인터넷데이터센터의 류싱량 조사부문 대표는 "우리는 중성화된 구글이 아니라 정상적인 구글을 환영한다"며 "제2의 바이두는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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