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경제다

      2018.08.02 17:17   수정 : 2018.08.02 17:17기사원문

미국이 대중국 무역전쟁을 가속화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00억달러(약 223조9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다. 조기에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당연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다. 새로운 관세부과 계획은 나라 안팎의 경고를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믿는 구석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의 '비장의 무기(Ace in the Hole)'는 '강력한 경제'라는 내용이다. 일자리 하나만 보아도 장밋빛이다. 6월 신규 일자리 21만3000개, 7월 21만9000개. "일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더 이상 묘사할 단어가 없다"는 제목의 칼럼(닐 어윈)까지 등장한다. 강력한 국내 경제야말로 세계 지도자들을 상대로 큰소리치는 트럼프의 든든한 배경이라는 얘기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인용이 식상할 정도로 잘 알려진 선거구호다. 1992년 미 대선에서 이라크 전쟁의 승리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아버지)부시 대통령의 재선 꿈을 한 방에 날려보낸 클린턴의 슬로건이다. '경제'는 선거 구호로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섹스 스캔들까지 불거졌다. 전통 미디어가 묘사하는 트럼프는 여전히 '이상한(weird)' 인물이다. 통상적이라면 이미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식물 대통령이 되었어야 한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역시 마찬가지다. 사학 스캔들로 벌써 낙마했어야 마땅하지만 유례없는 3연임을 바라보고 있다. 일자리가 넘쳐나는 청년층의 강력한 지지가 원동력이다. 정부의 최종 성적표는 결국 경제에 달려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정부의 1년 경제성적표는 새삼 인용할 필요가 없다. 경제 불황, 취업난 등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골목마다 '임대' 간판이 늘어난다. 기존 점포도 기계주문 방식을 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줄어들고 있다. 다수의 학생들은 대학 입학과 함께 공무원, 공기업 시험에 매달린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등만이 원인은 아닐 것이다. 모든 원인이 이명박근혜 정부에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정부의 정책 잘못도 있다. 정부가 무관심해도 안 되지만 직접 개입하면 더 꼬이는 게 경제문제다.

정부가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르려는 모양이다. 지지부진한 비핵화 문제에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적폐청산도 필요하고 남북화해도 추진해야 한다. 묵은 때를 벗겨내지 않고 새살이 돋을 수는 없다. 남북 갈등이 현실화되면 모든 게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결국 경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의 추진 동력이 사라진다는 데 있다. 아무리 적폐청산을 잘하고 남북 정상 간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도 민심은 차가워질 수 있다. 지금 정부의 할 일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진영 논리와 다른 의견을 널리 구하고 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제 정책의 방향을 달리 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른 것은 다 깽판쳐도 남북 관계만 잘 풀리면 된다"라고 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취임 초부터 일자리를 가장 중시하겠다고 강조한 게 문 대통령이다.
좋지 않은 경제 상황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문 대통령은 그렇다면 이제 이렇게 말해야 한다.
"다른 것은 다 깽판쳐도 경제만 잘 풀리면 된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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