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강별빛음악맥주축제를 가다

      2018.08.03 08:27   수정 : 2018.08.03 08:27기사원문
【홍천=서정욱 기자】 별빛이 쏟아져 강으로 흐르는 마을이 있다.

8월. 피서가 한창일 무렵. 그 마을 사람들이 별빛과 함께 준비하는 수제맥주의 또다른 맛을 느끼기 위해 그 마을로 갔다.

홍천사람들이 만든 톡 쏘는 상큼한 수제맥주 맛. 그 맛은 깊고 푸른 홍천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과 홍천지역의 기후환경에서 자란 홉으로 생산한 검산맥주와 브라이트바흐 브로이 수제맥주 등 다양한 맥주가 입맛을 시원하게 한다.



브라이트바흐 브로이는 '브라이트바흐'라는 독일어의 브라이트(넓은) 뜻과 '바흐(실개천)' 을 합친 말로 '넓은개울'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 맥주는 자체 레시피로 만든 브로이 하우스 필스너와 '둔켈'을 생산한다.


또 서석지역에서 생산되는 검산맥주는 '바사맥주'라고 부르며, 이 수제맥주는 벨기에 전통 제조방식으로 2차 발효해서 만든 양조주, 라우다,와인,블링 3종을 생산한다

축제가 시작되던 8월 1일. 한낮 더위가 40도를 넘은 이날. 나는 서울-양양가는 고속도로를 따라 1시간여쯤 달렸다. 그리고 동홍천 I.C를 빠져나와 10여분쯤 달려 홍천읍내를 가로 질러 흐르는 홍천강옆 ‘토리숲’이라 불리는 숲에서 열리는 한여름밤의 맥주축제장에 도착했다.

뜨거운 8월의 저녁과 너무 잘 어울리는 맛. 계곡에 발담그고 먹을 만큼 시원하게 톡 쏘는 맥주맛을 여행하며 즐기고 싶었다.

내가 찾아간 홍천강별빛음악맥주축제는 매년 8월초에 시작된다. 올해는 8월 첫주 수요일인 1일부터 5일까지 토리숲에서 열린다.

저녁 무렵. 저문 강에 불빛이 하나, 둘 켜지면서 맥주축제장에는 홍천사람들이 만든 수제맥주 코너에 사람들이 점점 붐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제장 또 한 곁에는 동양 최대의 홍천하이트맥주공장에서 생산한 맥주코너에 사람들이 펭귄처럼 줄을 서있다.

아직은 작은 축제이다. 그러나 내가 만난 홍천사람들은 언젠가는 이 축제가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인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를 꿈꾸고 있었다.

한낮 더위가 40도를 넘어섰다는 뉴스를 들으며 찾은 맥주축제장 입구를 들어서자, 분수가 시원한 맥주처럼 뿜어져 올랐고,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다.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은 분수와 돌다리처럼 만들어 탁자에 깔아 놓은 벽돌만한 얼음을 만지며 무더위를 날려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토리숲 아래 홍천강 부교위에 마련된 맥주존(Beer Zone)에도 전등이 켜지면서 8월의 맥주축제장은 먼저 음악소리에 먼저 취하고 있는 듯했다.

덥지만, 그래도 거품을 품은 맥주색깔을 보는 눈과 입 만큼은 행복한 저녁이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스트레스가 땡볕의 무더위만큼 높아졌지만, 맥주여행을 온 사람들에겐 그 스트레스들이 맥주 거품만큼 녹아내릴 것 같다.

음악소리가 토리숲을 맥주축제장으로 흥을 돋을 무렵. 꼬치를 굽는 냄새와 치킨 냄새도 덩달아 음악소리만큼 숲으로 구수하게 퍼져갔다.

젊은 세대의 가족들. 그리고 그 곁에 함께 축제를 즐기고 있는 노년층과 젊은이들까지 함께한 저녁 축제장 풍경을 보며, 나는 홍천사람들이 다양하게 만들어 낸 수제맥주만큼이나 축제를 맛있게 소비하고 있다 고 생각했다.

축제장의 저녁이 점점 깊어 갈수록 여기저기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건배 소리가 별처럼 강물에 풍덩 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언덕, 벹취에 앉아 나는 잠시 맥주 한 잔에 행복해 하는 8월의 관광객들과 홍천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단일 공장으로는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하이트 맥주공장이 있는 인구 8만의 읍.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 축제를 생각한 건 지난해 8월이다. 맥주공장이 있는 이 마을이 맥주 축제를 하겠다는 발상은 많은 난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첫 단추의 경험을 겪으며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맥주공장 사람들이 만든 맥주만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홍천사람들이 수제로 만든 맥주가 손을 잡은 이 축제를 보며, 어떤 사람들은 절대 조화로운 축제가 될 수 없다고 우려도 했다. 하지만 홍천사람들이 힘을 모아 시작한 맥주 축제는 독일의 맥주 축제와는 분명 다른 조화로운 맥주축제의 신화를 두 해째 만들어 내고 있었다.

홍천사람들과 함께 맥주축제를 준비한 허필홍 홍천군수는 홍천의 맥주축제장에도 뮌헨 중앙역(Hauptbahnhof) 같은 전철역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은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철도가 지나가지 않는 마을중 하나인 홍천,

그러나 맥주축제를 여는 홍천의 면적은 제주도만하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만난 홍천군수는 이 마을의 맥주축제가 언젠가는 뮌헨의 맥주축제처럼 수도권 관광객들이 홍천맥주축제를 전철을 타고 오는 그런 마을이 되도록 하기 위한 철도의 꿈을 토리숲앞에 그리고 있다.

꿈은 언젠가는 이뤄진다고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시원한 맥주를 소비하려는 외국인 개인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그들 역시 톡 쏘는 수제맥주의 새로운 맛을 소비하고 싶은가보다.

5일간의 멕주 축제를 준비하는 홍천사람들. 아직은 많이 부족할게다. 그러나 그들의 정성 만큼이나 열기가 오른 축제장은 맥주를 펑펑 쏟아내는 앞마당의 시원한 펌프물처럼 투명한 컵에 담겨 하얀 거품이 컵에 차오른다.

그 흘러내리는 거품을 빨아먹는 축제의 즐거움을 누가 알까. 200년 역사를 가진 뮌헨맥주축제처럼 오랜 전통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은 없지만, 홍천사람들이 그들의 힘으로 하나씩 만들어 가는 지금의 축제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독일 뮌헨 같은 축제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특히 서울-홍천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홍천은 1시간대면 맥주축제장을 찾을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그러면 이곳 홍천사람들이 만든 축제도 독일의 뮌헨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축제처럼 이 마을에도 언젠가는 전 세계의 다양한 맥주 마니아층들의 관광객들이 찾지 않을까 하는 그런 꿈을 꾼다.

1일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된 홍천맥주축제는, 낮 12시가 되면 쇼텐하멜 천막에서 '뮌헨의 아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뮌헨 시장이 맥주통을 개봉하면서 "오 차프트 이스!" (맥주통이 열렸다!)라는 탄성과 함께 뮌헨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의 막이 오르는 것처럼 홍천군수의 건배로 맥주축제는 뜨거운 8월의 하늘에 짙은 황금색 맥주색이 분수처럼 뿌려져 석양 노을을 태웠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맥주 축제파티를 연 홍천의 8월 저녁. 아마도 언젠가는 뮌헨의 축제처럼 수백 톤의 치킨과 소시지, 꼬치구이가 맥주 안주로 소비되고, 홍천사람들이 만든 수백만 잔의 맥주거품이 풍풍 터지는 다음 맥주 죽제를 상상하며 홍천강 부교에 설치된 맥주존을 빠져나왔다.

syi23@fnnews.com 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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