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대도시 금고유치전 '각축'...중소도시는 농협 '독주'

      2018.08.05 13:54   수정 : 2018.08.05 21:51기사원문
시중은행들이 수조원에 달하는 대도시의 기금 운영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의 금고유치전은 농협은행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천시와 세종시, 전북, 제주시 등 4개 광역단체와 서울 25개 자치구의 새 금고지기 유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9조원 인천시금고 각축전
최근 인천시는 금고지정 공개경쟁 공고를 내고 오는 22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한다.

이후 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9월초에 인천시금고의 일반회계와 공기업 특별회계 등을 담당할 1금고지기 및 기타 특별회계를 맡을 2금고지기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한해 예산이 9조원에 육박해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부분 경쟁에 참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각축전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1금고지기인 신한은행이 수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에 금융타운을 조성하면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른 하나은행과 서울시금고를 잃은데 대한 만회를 노리는 우리은행, 그리고 국민은행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천시는 광역단체 중 4번째로 금고규모가 큰 만큼 주요 은행들이 배점이 높은 평가항목 관리와 별도의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에 심혈을 기울이며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총 예산규모가 13조원에 달하는 세종, 전북, 제주의 금고유치전에는 주요 시중은행들은 물론 지방은행들까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공무원 등 우량고객들이 많아 은행들간 유치를 위한 물밑경쟁이 한층 더 가열될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이미 선정작업을 마친 도봉구와 구로구를 제외한 서울 23개 자치구도 하반기에 새 금고지기를 선정할 예정이며, 현재 대부분의 금고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계속해서 수성을 해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소도시 금고 농협 독주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도시들의 금고유치전은 단연 농협은행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농협은행이 담당하는 주요 중소도시들의 금고는 150개에 달하고, 이 중 상당수는 오래전부터 농협은행이 맡아왔다. 조만간 새 금고지기를 선정하는 전남 무안군과 장성군, 충남 보령시, 경기 이천시, 오산시, 양주시 등 주요 중소도시들 대다수는 이전과 변함없이 농협은행을 1금고지기로 선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경남 하동군의 경우 지난 달에 이미 새 금고지기로 농협은행을 선정했다.

농협은행이 지방 중소도시의 금고유치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래전부터 쌓아온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에 기반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지역농협은 4682개소에 이르며, 농업인 및 지역 주민이 출자해 대부분의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이는 지방 중소도시들이 금고지기를 선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평가항목(지역 주민과의 밀착성 및 지역사회 환원 등)을 충족시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방 중소도시 금고전의 경우 농협은행이 밑바닥부터 촘촘한 영업망을 구축해온 측면이 있고, 다른 시중은행들은 이런 곳까지 진출할 유인을 잘 느끼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결국 오랜 전통과 지역민들의 실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농협은행의 독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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