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CFI 2030, 전기차 쏠림 ‘심화’…풍력 ‘찬밥’

      2018.08.05 06:51   수정 : 2018.08.05 06:51기사원문

[제주=좌승훈기자] 도둑, 대문, 거지가 없다는 ‘3무(無)의 섬’ 제주도가 ‘탄소 없는 섬(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Carbon Free Island 2030)’ 프로젝트를 통해 ‘4무(無)의 섬’을 꿈꾸고 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 실현을 위해 해상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보급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탄소 없는 섬' 모델은 에너지 생산과 환경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제주도의 구상이다.



그러나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그동안 전기자동차 보급에 3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데 반해, 공공 주도의 풍력발전사업을 위한 예산 확보는 '뒷전'이다.


제주도는 지난 2013년 전기차 보급과 충전기 확보에 49억6000만원(국비·지방비)의 사업비를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135억3000만원, 2015년 338억원, 2016년 845억1500만원, 2017년 1463억1000만원을 썼다. 2013~2017년 기간 동안 무려 2831억1000만원이 투입됐다.

반면, 공공 주도 풍력사업은 간판과 구호만 요란할 뿐이다.

실제로 2017년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조례에 따라 조성된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49억원에 불과하다.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을 통한 지역 에너지 자립 기반 조성을 위한 것이지만, 예산 수준을 놓고 볼 때 제주도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의지가 있는 지 의문이다.

제주도는 2015년 9월 기존 풍력사업이 민간사업 위주로 추진되면서 대기업의 투자와 수익의 도외 유출과 무분별한 개발과 경관훼손, 특히 바람은 제주의 공공자원이며 풍력 개발사업에 따른 수익은 지역 환원돼야 한다는 도민 정서를 반영해 공공 주도의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을 마련했다.

이는 2012년 설립된 전국 첫 에너지 전문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사장 김태익)가 풍력개발 지구를 선정과 인허가 절차를 이행하되, 공모를 통한 민간기업의 참여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공사가 중심이 된 공공 주도 풍력개발사업을 통해 ▷풍력개발 이익 공유화 기금 ▷마을 지원금 ▷해상풍력단지 운영에 대한 역할을 공사가 수행에 따른 수익 ▷풍력단지 유지 보수 도내 기업 수익 ▷참여인력에 대한 제주도 인력 활용 등의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활성화 계획’에 따라 선정된 해상풍력발전단지(한동리·평대리, 월정리·행원리, 표선리·세화2리·하천리)의 사업은 총 1조9500억원 규모다. 당초 계획대로 100MW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단지당 6500억원이 소요된다. 반면, 공사 자본금은 663억원에 불과하다.

당장 내년에 SPC(특수목적법인) 설립하게 될 한동·평대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PF(Project Financing)를 통해 80%(5200억원)를 조달하고, SPC 자본금을 20%(1300억원) 수준으로 갖고 간다하더라도, 공사가 지분 50%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650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나머지 두 곳까지 포함하면, 공사 자본금이 1950억원으로 확대돼야 한다.

게다가 공기업법상 공사가 다른 법인에 출자할 수 있는 한도는 공사 자본금의 10%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공사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SPC의 50%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공사가 SPC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수준의 이사 또는 감사 선임권(1명)을 쥘 수 있도록 1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제주도가 증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이마저도 해상풍력사업 3개 후보지 모두를 포함하면, 공사의 자본금이 3900억원으로 증자돼야 한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공사의 수권 자본금을 확충하고,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 개선을 통해 자본금의 25%까지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제도 개선이 언제 이뤄질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며, 증자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공공 주도의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을 만든 제주도는 ‘탄소 없는 섬’ 실현을 위해 공사가 SPC를 적절히 감독할 수 있도록 경영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급선무다.
공사를 사업시행예정자로 지정을 해놓고 증자를 외면하는 것은 해상풍력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도민의 불신만 더욱 커질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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