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北美中과 종전선언 조율..중재자 역할 나서
2018.08.05 16:19
수정 : 2018.08.05 16:19기사원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미국·북한·중국과 공식·비공식 만남을 갖고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재자 역할을 했다.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연내 종전선언을 위해 우리측이 북·미를 비롯해 중국과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초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유력했지만, 중국을 포함한 4자 종전선언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것이다.
이와관련 북·미는 정상간 친서외교를 보이는 동시에, 외교장관급 실무진은 비핵화·체제보장 위한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는 투트랙 외교전을 펼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교환했다고 공개하며 신뢰를 쌓아갔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비핵화 압박을 유지하고, 리용호 외무상은 종전선언이 후퇴되고 있다며 힘겨루기하는 양상이다.
6·12북·미 정상회담 이후 실질적인 비핵화와 체제보장 협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우리 측의 중재자 및 촉진자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강경화, 종전선언 조율 나서
강 장관은 ARF를 계기로 추진한 리용호 외무상과 공식 회담은 불발됐지만 환영 만찬에서 한반도 정세의 진전 여부와 관련해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5일 밝혔다.
종전선언 등 한반도 정세 관련 논의를 위해 미·중과는 공식 외교장관회담, 북한과는 환영 만찬에서 비공식적인 협의를 진행했다.
강 장관은 이날 현지에서 가진 결산 브리핑에서 "중국은 남북,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환영하면서 앞으로 합의사항이 잘 이행되도록 중국도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히는 만큼 우리측의 중재자 역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종전선언은 9월 하순 뉴욕 유엔총회 연설 등 다양한 계기에 맞춰 연내 이뤄질 수 있게 조율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北美 외교장관, 비핵화·체제보장 신경전
종전선언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친서외교로 신뢰를 쌓고, 외교장관급에선 비핵화·체제보장 관련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25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가 하와이 히캄 기지에 도착한 지난 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답장을 썼다고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세번째 보낸 친서에 대한 답장은 ARF를 계기로 지난 4일 미국측 북핵 실무협상자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리 외무상에 서류 봉투를 전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4일 트위터를 통해 "카운터파트인 리 외무상을 (ARF에서) 만나 빠르고 정중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우리 미국 대표단도 김 위원장에 친서 답장을 전달할 기회를 가졌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ARF에서 북한 비핵화의 시간표는 일정부분 김 위원장에 의해 정해질 것이라고 밝히며, 각국에 대북제제 중요성을 재강조했다.
또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북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중국과는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중요성을 논의했다.
리 외무상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이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초보적 조치인 종전선언은 후퇴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어기지 말라고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리 외무상은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중단, 핵실험장 폐쇄 등 선의의 조치를 먼저 취했지만 미국은 대북제재 유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조미 사이 신뢰조성을 위해 동시적·단계적 이행하는 새로운 방식만이 성공할 수 잇는 유일한 현실적인 방도"라고 강조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