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대도시 금고유치전 '각축'...중소도시는 농협 '독주'
2018.08.05 17:16
수정 : 2018.08.05 2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시중은행들이 수조원에 달하는 대도시의 기금 운영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의 금고 유치전은 NH농협은행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천시와 세종시, 전북, 제주시 등 4개 광역단체와 서울 25개 자치구의 새 금고지기 유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9조원 인천시금고 각축전
최근 인천시는 금고지정 공개경쟁 공고를 내고 오는 22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한다.
현재 1금고지기인 신한은행이 수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에 금융타운을 조성하면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른 하나은행, 서울시금고를 잃은 데 대한 만회를 노리는 우리은행, 그리고 국민은행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천시는 광역단체 중 네번째로 금고 규모가 큰 만큼 주요 은행들이 배점이 높은 평가항목 관리와 별도의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에 심혈을 기울이며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총 예산규모가 13조원에 달하는 세종, 전북, 제주의 금고 유치전에는 주요 시중은행들은 물론 지방은행들까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공무원 등 우량고객들이 많아 은행들 간 유치를 위한 물밑경쟁이 한층 더 가열될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이미 선정작업을 마친 도봉구와 구로구를 제외한 서울 23개 자치구도 하반기에 새 금고지기를 선정할 예정이며, 현재 대부분의 금고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계속 수성을 해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소도시 금고 농협 독주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도시들의 금고 유치전은 단연 농협은행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농협은행이 담당하는 주요 중소도시들의 금고는 150개에 달하고, 이 중 상당수는 오래전부터 농협은행이 맡아왔다. 조만간 새 금고지기를 선정하는 전남 무안군·장성군, 충남 보령시, 경기 이천시·오산시·양주시 등 주요 중소도시들 대다수는 이전과 변함없이 농협은행을 1금고지기로 선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경남 하동군의 경우 지난달에 이미 새 금고지기로 농협은행을 선정했다.
농협은행이 지방 중소도시의 금고 유치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래전부터 쌓아온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에 기반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지역농협은 4682개소에 이르며, 농업인 및 지역 주민이 출자해 대부분의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이는 지방 중소도시들이 금고지기를 선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평가항목(지역 주민과의 밀착성 및 지역사회 환원 등)을 충족시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방 중소도시 금고 유치전의 경우 농협은행이 밑바닥부터 촘촘한 영업망을 구축해온 측면이 있고, 다른 시중은행들은 이런 곳까지 진출할 유인을 잘 느끼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결국 오랜 전통과 지역민들의 실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농협은행의 독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