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가족,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괴로워”

      2018.08.06 12:29   수정 : 2018.08.06 12:29기사원문

“그저 남의 일이지, 제 일이 될 줄 몰랐어요. 저의 경우 삼촌이지만, 아이 잃어버린 가정은 70~80%가 파탄이 난다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요”
권영식씨(60· 사진)의 조카 아롱씨는 삼촌이 실종된 뒤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마음이 괴롭다고 토로한다. 맛있는 걸 먹고 싶어도 삼촌 영식씨가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몰라 마음 한 편이 무겁고 가족 간의 대화도 예전 같지 않다.

아롱씨는 “처음에는 찾을 거라고 당연시 여겼는데 이렇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줄 몰랐다”면서 “한달이 지나 ‘왜 우리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이런 생각이 들더니 이제는 삶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말이 어떤 건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6일 경찰청과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롱씨의 삼촌 영식씨는 올해 6월 1일 충남 부여군에서 실종됐다. 평소 동네 산책을 다니던 영식씨가 밤 늦게 나갔다가 길을 잃어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가족들은 추정하고 있다.


영식씨는 실종 다음날인 2일 새벽 2~5시 집에서 10km 떨어진 다른 동네 폐쇄회로(CC)TV 화면에 잡혔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마을은 방울토마토 하우스가 많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한 할머니는 물 한 모금만 달라는 영식씨를 봤으나 당시 그가 지적장애 2급인 것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고 했다. 그 뒤로 영식씨를 봤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아롱씨 가족은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영식씨 찾기에 나섰다. 아롱씨 아버지의 동생인 영식씨는 아롱씨 가족과 함께 수십년을 살아왔다. 비록 혼자서 씻기도, 옷 입기도 잘 못하는 삼촌이지만 아롱씨 역시 25년을 함께 지냈기에 각별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아롱씨는 “회사에서 양해해주는 덕분에 요즘도 삼촌 찾는 일을 하고 있다. 햇빛이 너무 뜨거우니까 혹시 삼촌이 밤에 걸을까 싶어 일부러 밤길도 돌아다녔다”면서 “실종 지점이 충청도, 전라도, 대전의 경계인 곳이어서 가족끼리 지역별로 나눠 전단지 배포 작업을 하고 동네 분들에게도 부탁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종자찾기 광고까지 했으나 삼촌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아롱씨의 바람은 삼촌이 돌아오면서 일상 속 행복을 되찾는 것이다.
아롱씨는 “에어컨 틀어놓고 삼촌이 좋아하는 치킨, 삼겹살, 콜라를 삼촌과 함께 먹는 게 소원”이라며 “어디선가 잘 있겠지만 삼촌이 늘 하던 것들을 못 하고 있을까봐, 게다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 더 걱정이 된다”고 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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