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암호화폐 산업서 흔적 사라진 대한민국...규제 1년의 결과물
2018.08.20 13:19
수정 : 2018.08.20 13:31기사원문
미국, 독일, 스위스 등 전 세계 주요국이 암호화폐공개(ICO)와 암호화폐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모든 형태 ICO 전면금지’를 선언만 해놓고 속수무책인 까닭이다.
■스위스 주크 ICO 허용 후 일자리창출 효과
20일 카카오 정책지원파트는 글로벌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등을 인용, “스위스 정부가 2013년 ‘암호화폐 허브 국가’를 표방하며 취리히와 주크를 크립토밸리로 조성한 뒤, 이더리움 재단이 현지에서 ICO를 진행하는 등 각국의 주목받는 블록체인기업이 스위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스위스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주크 안에 총 일자리 수는 약 10만9000개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가 12만 9000명인 주크에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기업 약 250개가 들어서면서 연계 서비스인 금융, 법률, 회계, 정보통신기술(ICT) 등 각종 부가가치·고임금 기업이 추가로 몰려들었고, 수시로 열리는 다국적 회의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과 싱가포르는 지난달 14일 발표된 ‘크립토 파이낸스 컨퍼런스’ 보고서에서 각각 ICO에 가장 호의적인 국가 1위와 3위로 뽑혔다. 미국은 2017년 ICO 모금액 규모가 17억 2200만 달러(약 1조9336억 원)에 달하며, 같은 기간 싱가포르 ICO 모금액 역시 6억 4100만 달러(약 7191억 원)에 이른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ICO가 가장 많이 시작되는 파생국가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총 1031개의 ICO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러시아(310개)와 싱가포르(260개)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에서 시작된 ICO 프로젝트는 18개에 그쳤으며, 이것마저도 해외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한 우회적인 ICO다.
■ICO 관련 금융·법률·회계 서비스도 활성화
이에 따라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인재는 물론 투자 인프라 측면도 ICO 활성화 여부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 관련 특허가 가장 많은 미국은 이달 초 나온 크립토 펀드 리서치 보고서에서 크립토 펀드가 252건으로 집계, 전 세계 크립토 펀드 중 과반수이상을 차지한 반면 한국은 기타 국가에 묶일 정도로 미미하다.
카카오 정책지원 파트 측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고 ICO 허용을 통해 관련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상당한 후생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ICO 업체들이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등을 내야하고 법적으로 현지 채용을 의무화하면서 추가 일자리도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KPMG가 스위스 주크에 자리를 잡은 것처럼 ICO 기업이 현지 컨설팅을 받는 과정에서 지역 내 관련 금융, 법률, 회계 서비스도 함께 활성화된다”고 덧붙였다.
■'ICO 갈라파고스 한국'에 대한 우려 목소리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ICO 생태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고용쇼크를 일자리 예산 확대로 덮어야 하는 정책 딜레마에 빠져 있지만, 정작 혁신성장의 엔진인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는 꺼놓은 격이란 지적이다. 특히 국회 일각에서는 “ICO 규제 공백 장기화로 인해 한국이 ICO 갈라파고스처럼 동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등 소속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회 4찬산업특별위원회에서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ICO 허용 권고안을 채택했지만 정부는 아직도 ‘ICO 전면금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100여 개 기업이 해외 ICO를 준비하고 있고 세계 각국은 ICO를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자본유치 창구로 키워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걷어차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이어 “이대로 가면 국부·기술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모든 부처가 ICO 규제를 외쳐도 과기정통부는 적극적인 설득을 통해 ICO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