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된 아들, 65년만에 안아봅니다

      2018.08.20 17:27   수정 : 2018.08.21 20:46기사원문


【금강산·서울=공동취재단 강중모 기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애절한 광경이었다.

'과연 살아생전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은 수십년 세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지친 그리움마저 뛰어넘는 기쁨과 환희 그 자체였다.

20일 북측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현장은 분단 이후 65년의 아픔과 한이 잠시나마 녹아내린 기쁨의 눈물로 가득 찼다.



지난 2015년 10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상봉행사에서 이산가족들은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느라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았다.

상봉 1일차 남북 이산가족의 첫 만남은 금강산호텔에서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단체상봉으로 이뤄졌다.


이금섬 할머니(92)는 6·25전쟁 통에 피란을 떠나면서 여러 피란 대열과 섞이는 혼란 중에 등에 업고 있던 딸만 남쪽으로 오게 되고 남편·아들과 안타까운 생이별을 하게 됐다. 이 할머니는 북쪽에 두고 왔던 아들 리상철씨를 보자마자 부여잡고 "상철아!"라고 이름을 부르며 한바탕 오열을 했다. 리씨도 어머니에게 안겨 눈물의 상봉을 했다. 이 할머니의 북측 며느리는 가족사진 확대한 것을 보여줬고, 할머니도 진정을 한 뒤 "애들은 몇이나 뒀고, 손자는 어떻게 되니" 등 질문을 쏟아냈다.

김병오 할아버지(88)는 북측 여동생인 김순옥씨를 만나 손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오랜 세월 얼굴도 모른 채 지내 데면데면한 모습을 보였던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두 남매는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김 할아버지의 아들 김태완씨는 "아버지가 퇴직을 하신 이후 기력이 별로 없으셨는데 여동생을 만나 기력이 넘치신다"면서 "북한이 많이 어렵다고 들었는데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과 북은 더 담대하게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상봉행사는 물론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화상상봉, 상시상봉, 서신교환, 고향방문 등 상봉 확대방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상봉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애태우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남측에만 5만6000명이 넘는다.
95세 어르신이 이번에 상봉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자 이제 끝났다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보도도 봤다"며 "저 역시 이산가족의 한 사람으로 그 슬픔과 안타까움을 깊이 공감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산가족들은 21일 2일차 상봉을 한다.
2일차 상봉은 외금강호텔에서 진행된다.

rdw88@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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