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느린 ‘솔릭’ 제주 ‘강타’…초속 62m 강풍 동반 ‘역대 최대’

      2018.08.23 15:58   수정 : 2018.08.23 20:51기사원문

[제주=좌승훈기자]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전설 속의 족장)'의 이동속도가 시속 4km로 크게 느려져 제주지역 태풍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한라산 진달래밭에서는 이날 오전 4시 25분께 최대순간풍속 초속 62m가 기록됐다.

이는 철탑이 휘어지게 만들 수 있는 정도의 강풍이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대순간풍속 최고치는 초속 60m다. 태풍 '매미'가 내습한 2003년 9월 12일 제주와 고산 지점에서 기록됐다.


제주국제공항 34.1m, 제주시 32.2m, 고산 37.1m, 지귀도 38.6m, 마라도 36.4m 등 제주도 대부분의 지역에도 이날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몰아쳤다.


제주 산간 누적 강수량도 100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23일 오전 10시까지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제주 210.4㎜, 서귀포 113㎜, 성산포 99.9㎜, 고산 97.1㎜, 오등동 360㎜, 산천단 357.5㎜, 유수암 344.5㎜, 마라도 248㎜, 한림 금악 233.5㎜, 대정 서광 195.5㎜, 색달동 178.5㎜, 구좌 송당 165.5㎜, 한라산 윗세오름 746㎜, 사제비 759㎜를 기록했다.

서귀포에서는 최대 11m 높이의 높은 파도가 관측됐다.

지난 22일 오후 7시 20분쯤 서귀포시 소정방폭포에서는 관광객 박모씨(23)와 이모씨(31)가 사진을 찍던 중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 이씨는 계단 난간을 잡고 바다에서 빠져나와 해경에 신고했고, 박씨는 현재까지 실종된 상태다.


정전과 단수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한국전력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8시17분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서 344가구가 정전된 것을 시작으로 23일 새벽사이 도내 총 1만3408가구가 강한 비바람 속에 정전됐다. 이 가운데 8236가구는 복구가 완료된 상태이며, 5127가구는 현재 복구 작업 중이다.

제주시 건입동과 일도동, 화북동, 삼도동 일부 지역에서는 23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단수 피해도 발생했다.

한라산 입산과 올레길 탐방, 월파 위험이 있는 탑동·월정·사계 해안도로와 낙석 위험이 있는 산방산 진입도로는 22일 저녁부터 진입이 통제됐다.

시설물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서귀포시 위미항 동방파제에서는 높은 파도에 보강공사용 시설물 91톤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또 교통신호등 27개소가 파손되고, 가로수 82본이 강풍에 쓰러진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시 연동 삼성서비스센터에서 노형로터리 간 도로 중앙간이분리대 100m도 넘어져 한때 교통이 정체됐다.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내 승객대기실과 면세점 등에서는 천장 누수 피해가 발생했고, 제주종합경기장 내 복합체육관 1층과 2층 천장이 파손됐다.


제주시 삼양2동 삼양 1·2수원 상수도 도수관 관 접합부도 파손돼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간당 50㎜의 많은 비가 내리면서 제주시 종합경기장 서측과 도남동, 제주시 연동 메종글래드호텔 사거리 등 67곳에서 하수가 역류했다.

제주시 삼양동에서는 전봇대가 강풍에 꺾어져 주변 건물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또 제주시 봉개동 매립장 휀스와 출입문, 개폐기 등이 파손됐다.

제주도교육청은 거센 비바람에 23일 오전 9시 도내 모든 학교에 휴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훌쩍 넘긴 상황이어서 '늦장 대응'이라는 학부모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하늘길과 바닷길도 이틀째 막혔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도 지난 22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모두 결항됐다.
24일에도 항공기 운항이 불투명한 상태다. 오후 늦게 기상상태가 다소 호전되더라도, 태풍 북상과 함께 광주·청주·김포공항 등도 항공기 이·착륙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여 24일 오전까지 결항과 지연 운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상의 높은 파도로 인해 제주와 다른 지방을 연결하는 바닷길 7개 항로 11척도 22일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한편 중심기압 965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37m의 강한 중형 태풍인 ‘솔릭’은 당초 예상 경로에서 방향을 바꿔, 24일 새벽 4시쯤 태안반도가 아닌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 사이로 내륙에 진입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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