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에도 은산분리 완화 물거품
2018.08.30 16:30
수정 : 2018.08.30 16:30기사원문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목표로 했던 제3인터넷은행의 연내 출범이 불투명해졌다. 또 향후 사업 확장을 계획했던 인터넷은행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특히 대주주인 KT를 앞세워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었던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이 어려워져 당장 경영 차질이 예상된다.
■주력 ICT기업 예외적용 벽 부딪혀
30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특례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에 실패하면서 법안 통과가 좌절됐다.
그동안 여야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큰 방향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속적인 논의 끝에 쟁점사안 중 하나인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10%(의결권 행사 4%)에서 34%로 완화하는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합의점을 도출했지만 어느 산업자본에 대해 규제를 완화할지에 대한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자산 10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 중 ICT기반 기업만 진출을 예외적으로 허용하자고 주장한 반면 한국당 등 야당은 모든 산업자본에 대해 은행업 대주주를 허용하되, 경제력 집중 완화·범죄 경력 여부·정보기술 기반의 수준 등을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통해 걸러내자고 맞섰다.
금융당국은 8월 임시국회에서 법 통과가 무산됐지만 지속적으로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설립 특례법안에 대한 물꼬가 터진 상황인 만큼 9월에 법안 통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3인터넷은행 인가 일정도 차질
이에 따라 제3인터넷은행의 연내 출범도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금융위는 연내 제3인터넷은행 출범을 목표로 오는 9~10월 중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에서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 방안을 검토한 뒤 연내 인터넷은행 설립을 희망하는 업체들의 신청을 받을 계획을 세웠다.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8월 임시국회 내에 통과됐다면 연말까지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했다. 하지만 8월 국회에서 인터넷은행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은산분리 완화 기류가 확산되면서 SK텔레콤, 인터파크,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이 제3인터넷은행 참여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이들의 제3인터넷은행에 관심도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9 ~10월에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를 거쳐 제3인터넷은행을 승인하는 절차는 법 개정과 상관없이 진행된다"면서 "다만 관련 법 통과가 무산되면서 제3인터넷은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법 개정이 되면 인터넷은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후 법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본확충, 대주주전환 차질 우려
인터넷은행 설립 특례법이 통과되면 KT를 앞세워 자본 확충에 나서려던 케이뱅크는 당장 경영 차질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500억원 규모로 계획했던 2차 유상증자에서 300억원만을 수혈하는 데 그쳤다.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3대 주주만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를 떠안는 방식으로 일단 급한불을 껐다. 하지만 추가 자본 확충이 어려워진다면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케이뱅크는 최근 건전성 유지를 위해 일부 대출 상품과 마이너스통장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일단 케이뱅크는 올 하반기를 목표로 추가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 분위기에 기대감이 있었다"면서 "어쨋든 현 상황에서 추가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도 카카오뱅크 최대주주가 되면 자체 보유한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 서비스와 카카오뱅크를 연계해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지분 58%)의 유상증자 실권주를 전액 인수했고,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지분율을 높이고, 추가 지분 확대에 나서 대주주가 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 통과가 무산되면서 차질이 예상된다.
hsk@fnnews.com 홍석근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