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촉법 재입법 안되면 법정관리 쏟아진다

      2018.09.03 17:15   수정 : 2018.09.03 20:45기사원문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불발됐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완화와 기촉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금융 관련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다시 통과하지 못할 경우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경우 케이뱅크는 이미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인데 무산되면 제대로 영업활동을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촉법도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 하반기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이 법정관리로 내몰릴 위험이 커질 것으로 지적됐다.

■은산분리 안되면 인터넷銀 '직격탄'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기국회가 개원하면서 지난달 무산됐던 은산분리 완화 논의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규제완화 대상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지분보유 완화 대상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이다.

당초 여당과 금융위원회는 개인 총수가 있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하되 정보통신기술(ICT) 사업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집단은 은산분리 규제완화 예외로 하자는 안을 내놨지만 이는 ICT기업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야당의 비판으로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은 모든 산업자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풀어주고,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심사를 통해 걸러내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가 규제완화 대상에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포함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의견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여야의 견해차가 앞으로도 평행선을 달린다면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장 자본확충이 필요한 케이뱅크는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사태가 지속될 수도 있으며, 유상증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국회를 통해 은산분리 규제완화 특례법이 통과된다면 향후 미래사업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유상증자도 수월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대로 지지부진할 경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연내 출범 가능성이 제기됐던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일정도 차질이 예상된다. 은산분리 완화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에 적극적이던 기업들이 관망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촉법 없으면 법정관리 우려

기촉법 통과 여부도 관심사다. 기촉법은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후 지난 17년간 4차례 연장됐고, 6월 30일로 일몰 폐지됐다. 이에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5년 '한시법'으로 기촉법이 통과됐지만 본회의에서 야당의 관치금융 우려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촉법은 채권은행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워크아웃 대상) 판정을 받은 기업은 채권단 75%의 동의를 거쳐 '경영정상화 계획'을 승인받으면 채권 만기 연장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전체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자율협약 방식에 비해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해 대부분의 기업이 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촉법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촉법이 없는 상태에서 이 같은 워크아웃 작업을 진행하려면 채권자 10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부 채권자의 상환 요구를 채권단과 회사가 막을 수 없고, 지급을 못하면 부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워크아웃을 진행한 기업들의 회생 성공률은 42.1%에 달하지만 법정관리 기업의 회생 성공률은 27.5%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야당이 우려하는 관치금융 요소는 재입법 과정에서 사라졌다며 상시법이 아니더라도 한시적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번에 재논의되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핀테크 기업 등이 금융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샌드박스 법안으로 금융당국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안 중 하나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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