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9 도입 첫해 , 은행권 대손충당금 1조4000억원 늘어
2018.09.04 16:29
수정 : 2018.09.05 08:07기사원문
특히 IFRS9 적용전보다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이는 부실채권 등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대비가 더욱 철저해졌다는 의미지만 정부의 상생기조에 따라 중소기업 대상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그만큼 리스크가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행 10곳중 8곳 대손충당금 증가
4일 금감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10곳을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 이들 은행의 대손충당 적립금은 지난 2017년 12월말 10조 7637억원에서 올해 3월말 12조1693억원으로 약 1조 4056억원 늘었다. 당초 금융감독원이 전체 은행권의 대손충당금이 연간 기준 최소 2~3조원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고정이하 여신대비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이하 적립비율)은 총 8곳의 적립비율이 전분기 대비 늘었다. 특히 KB국민,신한, 우리은행은 적립비율이 두 자릿수나 늘었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신한은행으로 2017년 4·4분기보다 2018년 1·4분기의 적립비율이 26% 높았다. 또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17.96%, 12.15% 적립비율이 상승했다. 반면 대구은행과 수협은행은 각각 -0.98%, -5.44%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는 회계기준을 새로 도입한 첫 해로 기존에 대손준비금 적립을 통해 쌓아두었던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돼 당기순이익 등 손익 계산서 상에는 영향이 거의 없다"면서 "반면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새 회계기준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부실채권 관련 손실 흡수력에 큰 개선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새 회계기준에 따라 대손 충당금 적립기준이 강화됐지만 올해 1·4분기 국내은행의 대손비용은 8000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3000억원보다 43%나 감소했는데 이는 금호타이어, STX엔진 등 부실 채권이 일부 회수되면서 대손충당금이 환입된 효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중기 대출은 위험요인
IFRS9은 현재 발생한 손실이 아닌 예상손실을 기준으로 충당금을 쌓도록 하고있다.
이 때문에 채권 부실률에 대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체율은 물론 기업대출의 경우 해당 기업의 부도확률까지 은행들이 추산해야하는 이유다. 일례로 현정부의 상생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중소기업대출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규모는 올해 1·4분기 기준 391조1364억원으로 지난해 연말보다 8조4362억원 늘었다.
중기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국민은행으로 2조7772억원이 늘었으며 하나은행이 2조73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또 우리은행이 1조7847억원, 신한은행은 1조118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다. IFRS9은 최근 데이터를 이용한 경험 부도확률, 미래에 대한 정보를 반영한 시나리오 분석, 손실률은 물론 담보평가 등도 손실규모 측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과정이 저마다 다르다보니 위험성에 대한 판단 기준, 이에 대한 대비 수준도 은행마다 천차만별이다.
서병호 위원은 "국내 은행의 적립비율 표준편차가 2017년말 29.5에서 올해 3월말 40.5로 상승하는 등 은행간 손실흡수력 격차가 확대됐다"면서 "요즘처럼 무역분쟁, 신흥국 위기 등 외부 변수가 많을 때에는 예상 손실을 계산할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충당금을 쌓아야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