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일간 장도 떠난 해사 생도... "바닷물도 짠데 울지 마라"

      2018.09.12 08:10   수정 : 2018.09.12 08:10기사원문

"바닷물은 짜다. 울지 마라. 충분하다"
이 말은 한 걸그룹 멤버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해군 부사관에 도전하다 꾸중을 듣고 눈물을 보이자 해군 현역 갑판장이 한 말이다. 이 방송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함정생활에는 고단함과 강인한 체력 그리고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단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힘들고 고된 시간을 일주일도 모자라 135일간이나 배 위에서 생활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해군사관학교 4학년생이 떠나는 순항훈련이다.


지난 7일 해사 73기 143명과 해군 승조원은 진해 군항에서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총 135일간의 장도에 올랐고 밝혔다.

순항훈련은 임관을 앞둔 사관생도들에게 해군 장교로서 필요한 전문지식과 실무 적응능력을 배양시키고 순방국과 우호를 증진시키기 위한 다목적 군사훈련이다.

이번 순항전단은 전체 항해 기간 135일 동안 약 6만Km를 이동한다. 이 거리는 지구의 1.5바퀴에 해당한다. 다만 135일 모두 항해하는 건 아니며, 102일을 배 위에서 생활한다. 순항전단은 하와이(미국), 발보아(파나마), 앤트워프(벨기에), 상하이(중국) 등 총 10개국 12개항을 돈다.

135일 동안 생도들은 함정에서 어떤 생활을 할까.

사관생도들은 함정 실무 능력배양을 위한 교육과 당직근무, 함정 생존성 보장을 위한 손상통제훈련, 전투상황과 동일한 철야훈련 등 실전적이고 강도 높은 교육훈련을 통해 초급장교로서 직무수행에 필요한 소양을 갖추게 된다고 해군본부는 설명했다. 그리고 공통의 훈련을 받으면서 전기, 정비, 조리 등 각자의 과업을 통해 진정한 '뱃사람'으로 태어난다.

해사 출신 한 현역 장교는 "함정에서의 하루 일과는 오후 6시에 기상해 아침 정렬에서 일과를 공유 하고 오전 과업을 한다. 이어 오후에도 과업을 한다. 오후 과업이 끝났다고 하루 일과가 끝난 것이 아니라 생도들은 밤마다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실습이 평가로 메겨지기 때문에 공부량이 정말 많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항해 초기엔 이렇게 긴 함정 생활이 처음이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비상소집이라던가 전투 준비훈련 등 모든 게 익숙지 않다 보니 체력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그러나 같은 훈련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나중엔 저절로 몸에 베게 된다"고 설명했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보람과 환희의 순간도 있다.

또 다른 현역 장교는 "가장 힘들 때는 파도가 세게 칠 때다. 당시 캐나다의 대서양 영해를 지나고 있었는데, 배가 뒤집히는 줄 알았다. 멀미가 심한 생도는 3일간이나 식사를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파도가 그치고 다음날 잔잔한 수평선 위로 해가 올라오는 걸 볼 때면 뭔가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회상했다.

또한 장교는 "기항지마다 교민 초청 행사를 하는데, 한 교민 할머니가 나를 부둥켜안더니 눈물을 흘리셨다. 그때 할머니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해서 외국 항구에 군인이 오다니…'라면서 감격해 하셨다"고 말했다.

이번 순항전단도 각 기항지마다 방문국과의 우호증진을 위한 여러 행사를 마련했다. 현지 교민을 함정에 초청하고 합동 문화공연과 홍보전시관(한류문화 및 방산 전시)을 마련했다. 사관생도들은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나서기도 한다.

순항전단이 좀 더 신경을 쓴 순방국은 1950년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에 파병을 한 6.25전쟁 참전국이다. 이번 순항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벨기에, 독일과 멕시코까지 모두 6개국이 포함됐다. 순항전단은 이들 나라에서 참전용사를 초청한 함상리셉션을 열고 보훈병원 위문활동, 국립묘지 및 참전 기념비 참배행사 등 다양한 보은활동 등을 통해 참전용사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할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을 두고 순항전단을 '군사외교 사절단'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방송에서 갑판장은 이러한 말도 했다. "이제는 너희가 수병들의 엄마이자 아빠다.
" 이번 순항훈련을 떠난 해사 생도 143명들 또한 갑판장의 말처럼 135일이 지나면 수병들의 엄마이자 아빠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