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정상에서 손 맞잡은 남북 정상.."새역사 쓰자"
2018.09.20 16:22
수정 : 2018.09.20 16:22기사원문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의 20일 깜짝 '백두산 등반'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기애애했다. "북측을 통해 꼭 한번 백두산을 방문해보고 싶다"던 문 대통령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김 국무위원장도 그간 거의 볼 수 없었던 특유의 위트를 선보여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더 돈독해진 남북관계를 과시했다.
■"문 대통령 방문, 백두산의 또다른 전설"
오전 9시33분 백두산 장군봉에 도착한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부부는 곧바로 백두산 천지가 보이는 위치로 이동했다.
두 정상은 이동 중에도 담소를 이어나갔다. 김 위원장은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가지만 우리는 내려갈 수 있어,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한다"고 운을 뗐다. 이에 문 대통령이 국경이 어디인지를 묻자, 김 위원장은 손가락으로 국경을 가리키며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고 말했다. 이에 리 여사가 "(백두산은)7~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꽃 뿐만 아니라 백두산 해돋이도 장관이라며 부연설명을 했다.
문 대통령은 남측 '한라산'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천지를 바라보던 김 위원장이 옆에 있는 보장성원에게 천지 수심 깊이를 묻자 리 여사가 대신 "325m"라며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하늘로)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분위기를 돋구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다.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라고 웃으며 대답하자 리 여사도 문 대통령의 연설을 '감동 깊은 연설'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은 남북이 함께하는 백두산 관광을 기약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다.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고 반드시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다.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 않겠냐"며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백두산이)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라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 백록담물에 천지물 담아
문 대통령 내외는 직접 천지로 내려가 손을 담그기도 했다. 특히 김정숙 여사는 직접 가져온 생수병에 천지물을 담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여사는 평양 방문 전 500ml 생수병에 제주도 물을 채워 가지고 왔다. 김 여사는 천지로 내려간 뒤 이 물을 일부 뿌리고, 천지물을 담아 합수해 가져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백두산 천지의 물과 한라산 백록담의 물이 합쳐진 것이다. 마치 70년간 갈라졌던 남북이 하나의 겨레로 다시 출발하자는 의미로 보인다.
천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내외의 다정한 모습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두 정상 내외는 향도역(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곳)에서 4인용 케이블카에 함께 탑승해 부부끼리 마주 앉았다.
백두산 등반 과정에서는 그간 찾아볼 수 없던 김 위원장 특유의 유머스러움이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부부와 천지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마친 뒤 '사진 작가'를 자처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을 모시고 사진 찍지 않냐.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냐"고 제안했고, 이에 수행원들은 큰 웃음으로 만류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방문할 경우 '한라산 등반'을 역제안하기도 했다.
백두산 등반에 동행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도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다"고 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