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 “공평도시유적관은 도시보존 최대 성과”
2018.09.27 17:13
수정 : 2018.09.27 17:13기사원문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개관은 세계적으로 손꼽을 만한 역사도시보존의 성과입니다"
지난 12일 개관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서울의 중심에 있는 도시박물관이다. 한양의 옛지도를 보면 숭례문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남대문로와흥인지문에 이르는 종로가 만나는 지점에 종루가 있는데,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바로 종루의 북쪽에 있다.
현재 종각역 북쪽 우정국로에 면해 센트로폴리스라는 고층건물이 신축됐는데, 그 건물 지하1층에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조성됐다.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사진)은 27일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공평동 룰'을 적용해 조성한 첫 번째 도시유적전시관인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15년 공평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 한양에서 근대 경성에 이르기 까지 역사도시 서울의 골목길과 건물지가 온전하게 발굴됐다.
서울시는 도시유적과 기억을 원래 위치에 전면적으로 보존해 도시박물관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발굴된 매장문화재의 보존면적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사업시행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도시유적전시관의 조성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사업시행자는 임대수익성이 높은 지하1층 전체를 도시유적전시관으로 조성해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용적을 지상층 부분에서 보전받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는 "지난 12일에 개관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역사도시 서울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도시정책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16~17세기 한양의 골목길과 건물지를 전면적으로 보존한 현장박물관이다 발굴유적 중 가장 오래된 층위인 제 Ⅳ문화층의 건물지 30동을 원형 그대로 전시했다. 신축건물의 외곽선에 걸쳐지게 된 일부 주요건물유적은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유적의 진정성과 도시맥락을 존중하면서 수평과 수직으로 위치를 조율해 복원했다. 그리고 보존된 도시유적 위에 투명유리판과 알루미늄 그릴로 된 데크를 설치하고, 4개의 주제에 따라 전시영역을 구성했다.
전시영역에서 발굴유적의 원 위치 전면보존의 원칙을 정립한 공평동 룰을 통해 공평지구의 개발과 보존의 상생 과정을 기록하고, 전시영역에서 조선시대 견평방을 중심으로 한양의 시전, 궁가, 관청 등의 시설과 시전 사람들의 생활상을 소개했다. 전시영역에서는 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건축가 박길룡과 항일여성운동단체 근우회의 영상을 통해 근대경성의 공평동의 도시모습을 볼 수 있다.
송 관장은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발굴현장의 감동을 온전하게 재현한 현장박물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유적전시관은 마치 커다란 진열장과도 같다" 며 시민들이 진열장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16-17세기의 도시유적을 걸을 수 있도록 전시장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전시관의 중심에 남북방향으로 길게 놓인 '전동골목길'은 600년 동안 같은 모습의 골목길로, 한때 이곳 전동에 살았었던 연암 박지원도 걸어 다녔던 한양의 가장 오래된 골목길이다 전시장의 동쪽 끝에 걸쳐진 '이문안길'은 종로의 시전을 지나 인조의 잠룡지 태화정에 이르는 길로 1773년 영조가 어린 세손과 함께 행행했던 역사적인 길이다.
또 '전동 큰집', '골목안 ㅁ자집', '이문안 작은집'이라 부르는 세 채의 집은 건축역사학계의 엄정한 고증을 거쳐 16세기 한양의 한옥의 원형을 재현한 것이다. 초석과 온돌 고래와 불탄 우물마루 유적 위에, 각각 1/10의 모형과 가상현실, 그리고 실제크기의 한옥으로 복원해 전시했다.
한편 이 발굴현장에서 1000여점의 유물을 발굴해 그 유물들을 현장에 전시했다. 수없이 많은 도자기편 유물을 통해 한양의 16세기로부터 근대의 층위에 이르기까지 땅의 이력을 가늠할 수 있다. 집의 안녕을 기원하는 진단구(鎭壇具)'를 비롯해 용무늬가 돋을새김 된 중국산 자기의 파편, 굽에 여인들의 이름이 적힌 그릇조각, 청동삼족화로, 참조기의 이석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유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송 관장은 이제 '한양의 골목에서 조선을 보다'라는 제목으로 개관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서 서울역사산책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