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발가락이 빨간 희택아, 죽기 전 만나고 싶다"

      2018.10.01 17:04   수정 : 2018.10.01 17:04기사원문


"안 겪어본 사람은 절대 몰라요. 진짜 너무 힘들더라고."

정희택씨의 어머니 박금자씨(75)는 아직도 1984년 9월 12일을 잊지 못한다.

1일 경찰청과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당시 서울 독산동에 살던 박씨는 그날 유난히도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오전 9시께 당시 두살이던 희택이에게 밥을 먹인 뒤 한숨을 돌리다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어느덧 시계는 낮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희택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박씨는 아이가 평소처럼 밖에서 놀다 들어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희택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희택이 아버지는 회사 일도 제쳐두고 희택이 찾기에 나섰다. 아이를 잃어버린 다른 사람들과 한데 뭉쳐 승합차를 타고 전국 곳곳을 다녔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전주의 한 보육원에서 희택이 같은 아이가 있다는 소식에 버스를 타고 갔지만 알고 보니 다른 아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희택이 아버지마저 1988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장 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박씨는 공장일에 나서면서 희택이 찾기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희택이에 이어 남편까지 잃은 박씨는 "그때 마음이 너무 아파서 몸에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폐병이 들어 1년간 약을 먹었다"면서 "지금도 아직 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이 가니까 이제 좀 덤덤해진 거지. 늘 기도하고 희택이 생각만 했다"며 "부모로서 추우면 추운 대로 걱정되고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걱정되고, 또 누가 '벌을 세우지 않을까' '밥을 굶기지 않을까' 이런 걱정만 하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고 회고했다.

박씨는 만약 희택씨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난 널 버린 게 아니고 널 잃어버린 것"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다시 지낼지 여부에 대해서는 "내 자식이라고 나만 욕심 낸다고 될 게 아니다. 당사자 의사도 들어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다만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내가 벌써 70이 넘어 건강할 때 꼭 만나고 싶다"며 "아픔은 묻어놓고 정말 한 번 꼭 끌어안아주고 싶다.
혹시나 만나게 될까봐 희택이 옷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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