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끄면 우는데 어쩌죠?"..아동 '유튜브 중독'에 부모 발 동동
2018.10.03 10:40
수정 : 2018.10.03 10:40기사원문
#. 5살, 8살 아들을 둔 신모씨(38)는 자녀들과 외식을 할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집에서 조용히 있던 아이들은 식당에 들어서면 울거나 소리를 질렀다. 그때마다 신씨는 아이들에게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
유튜브 등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부모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효과적으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녀 교육에 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유튜브 시청을 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칭얼대면 '뽀로로' 틀어준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미취학 아동들은 매년 늘고 있다.
3일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년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0~19살 사이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줄어들었지만 만 3~9살 사이 유·아동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2015년 12.4%에서 2016년 17.9% 2017년 19.1%로 늘어났다.
부모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아이들도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일 때 유·아동 자녀가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이 25.4%로 일반군의 20.2%보다 높았다.
부모들은 유튜브와 같은 스마트폰 이용이 자녀 훈육의 '탈출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살 딸을 두고 있는 김모씨(33·여)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 가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도 사실"이라며 "아이가 칭얼대면 '뽀로로' 영상을 무한 반복 설정해 보여주면 아이가 잠잠해진다"고 전했다.
유튜브 영상이 자녀 교육에 좋지 않다고 판단한 부모들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4살 아들을 두고 있는 박모씨(35·여)는 "집에 오면 남편과 스마트폰을 보지 않기로 약속했다"면서도 "벌써 아이가 '친구들이 유튜브 얘기를 한다'고 졸라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유튜브로 양육 대체, 대가를 치른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스마트폰 중독이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팝콘브레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뇌가 튀긴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 반응할 뿐 느리게 변하는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것을 일컫는다.
팝콘브레인은 좌뇌만 강하게 자극해 우뇌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초기에는 산만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심해지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틱장애, 발달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북목, 안구 건조증 등 VDT 증후군(Visual Display Terminal)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VDT 증후군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9세 이하 아이들은 8만2000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고 조언한다. 2014년 11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실시한 '아동ㆍ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관련 전문의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전문의들이 권고한 스마트폰 사용 시작 연령은 중학교 1~2학년이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는 9월 3일부터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대만은 만 2세 이하 영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 금지돼 있다. 2~18세 아이들이 스마트폰 등에 과몰입 증상을 보이면 부모와 보호자에게 벌금이 부과된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튜브로 양육을 대신하는 것은 나중에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라며 "나중에 아이들이 책이나 살아있는 교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가능한 안 보여줘야 하고 보더라도 부모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