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라는 무거운 책임
2018.10.04 16:59
수정 : 2018.10.04 16:59기사원문
유은혜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했다. 유 장관은 혹독한 통과의례를 겪었다. '우여곡절'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문 대통령은 유 장관에게 "교육의 완전국가책임제, 고교무상교육 등의 공약을 차질 없이 이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유 장관도 내년 고교무상교육 완수를 다짐하고 나섰다. '무상교육'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무상'은 공짜라는 개념과도 다르다. 국민의 세금을 어디에 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라는 말처럼 사람을 기르는 일에 국가가 앞장서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교육과제의 우선순위를 대부분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가능하면 대학까지도 국민의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과업들은 대체로 외형적인 부분이다. 시설을 확충하고 사람을 증원하고 장학금을 늘리면 완성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의 내용이다. 한마디로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서 어떤 유형의 사람으로 길러낼 것인가 하는 관점이다. 무상교육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게 바로 이 점이다.
우리 교육현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은 이미 구문이다.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코딩교육 등 새로운 형태의 과목도 물론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낯선 문제와 부닥쳐도 해결해낼 수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학교에서부터 기르는 일이다. 창의성의 바탕이 되는 비판능력과 분석능력을 학생들 스스로 기르는 교실이 돼야 한다. 대학 입시에 올인하는 교육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직전 장관의 교체 이유가 바로 입시문제 때문 아닌가. 교육부가 수많은 다른 교육과제를 제쳐놓고 입시부터 매달린 게 패착이다. 입시제도는 일단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한다. 현 정권 임기 동안 입시제도 변경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입시는 어떻게 바꾸든 논란만 크게 할 뿐이다.
교육 문제는 아니지만 사족을 덧붙이고 싶다.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결단을 내렸으면 한다.
지금 야당의 주장에 동의하자는 게 아니다. 나는 과거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국회의원과 장관 겸직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가장 큰 헌법 위반 가능성부터 의원과 장관 어느 한쪽 소임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겸직의 문제점 등을 줄곧 말해 왔다. 그런 비판은 유 장관도 예외가 아니다. 더구나 유 장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사회부총리 아닌가. 문 대통령의 당부나 본인의 다짐도 있었다. 경제부총리 못지않게 중요한 사회부총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며 제대로 하겠다는 결기를 보인다면 큰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국회의원 한번 더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이 따를 것이라 믿는다. 무엇보다 국가백년대계라는 말이 단순한 입버릇처럼 되뇌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