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지디족

      2018.10.07 17:11   수정 : 2018.10.07 17:11기사원문
이라크 북부에 신자르라는 산악지역이 있다. 미얀마 로힝야족과 함께 박해받는 소수민족의 대명사가 된 야지디족의 생활터전이 있는 곳이다. 야지디족은 이라크 쿠르드계 소수민족이다.

이슬람이나 기독교와 다른 독자 종교를 믿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70여만명이 살고 있다.

야지디족의 비극은 2014년 극단주의 무장세력 IS(이슬람국가)가 신자르를 점령하면서 시작됐다.
IS는 야지디족이 이단이라는 명분으로 대대적 인종청소에 나섰다. 수많은 사람이 살해되거나 납치, 고문, 구타, 강간, 강제노역, 인신매매 등의 피해를 입었다. IS는 노예제도를 만들었으며 야지디족 여성들을 1인당 미화 300달러 정도에 파는 노예시장을 열기도 했다. 2015년 11월 쿠르드 민병대가 이 지역을 재탈환했을 때 그 만행이 낱낱이 드러났다.

납치 피해자들 속에는 당시 21세였던 나디아 무라드도 있었다. 그녀의 삶은 하루아침에 지옥처럼 변했다. 그러나 납치 3개월 만에 탈출에 성공한다. 이후 여성 인권운동가로 변신해 자신이 겪은 IS의 성폭력 만행을 전 세계에 고발했다. 유엔에서 증언하고, IS를 집단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그녀의 용기 있는 증언은 전시 여성 인권보호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구상에는 아직도 종교나 민족,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혹한 탄압이나 폭력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시에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범죄는 뿌리 깊은 악습 중 하나다. 무라드는 지난해 자서전 '마지막 소녀(The Last Girl)'를 출간했다. 그녀는 이 책에 '나는 세계에서 나 같은 일을 겪은 마지막 소녀가 되고 싶다'고 썼다.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 근절에 세계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무라드는 내전 기간 전쟁 성폭력에 맞서 싸운 콩고민주공화국 의사 드니 무퀘게와 함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상위원회는 전쟁이 인류에게 막대한 고통과 손실을 초래하지만 특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무차별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도 일제 치하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끌려가 위안부로 성노예 생활을 강요받았던 고통의 역사를 안고 있다.
그래서 무라드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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