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타이틀, 잠룡에게 '독일까 약일까'
2018.10.08 16:35
수정 : 2018.10.08 16:35기사원문
행정부 서열 2위로 큰 잡음없이 국정을 수행한 총리 또는 정부여당의 색깔이 짙은 총리 출신들이 대선 예비후보군으로 자동 분류된다.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전 총리 모두 청문회란 검증을 거쳤고, 절제된 언행과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범진보, 범보수 진영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문재인 정부 2년차인데다, 역대 총리 출신들의 대선 도전 성적이 부진했다는 점에서 총리 출신 잠룡에 대한 기대감은 엇갈리고 있다.
■직선제 이후 25명 총리 중 4명 대권 도전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25명의 역대 총리 출신들 가운데 대선에 출마했던 인사는 이회창, 이수성, 김종필, 이한동, 정운찬 등 5명에 그쳤다.
그나마 김종필 전 총리는 직선제 도입 당시 대선에 출마했고 1997년 대선에서 자유민주연합 후보로 대권에 나선 뒤 DJP 연합으로 김대중 후보를 지원해 야권 단일화로 총리에 올라 선후관계가 다르다.
이들 4명 중에서도 유의미한 대선 도전 기록을 가진 인사는 이회창 전 총리 밖에 없다는 평가다.
김영삼 정부 시절 총리에 임명됐던 이수성 전 총리는 경선에서 밀렸고, 2007년 17대 대선에 국민연대 후보로 나섰으나 중도하차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한동 전 총리는 하나로국민연합 후보로 을 창당하여 2002년 16대 대선에 출마해 완주하는데 그쳤다. 이명박 정부 총리였던 정운찬 전 총리는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선거를 한달도 채 안남기고 낮은 지지율에 출마를 접었다.
이외에도 고건 전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 김황식 전 총리 등이 유력한 잠룡으로 평가받았지만, 대선 출마 여부 단계까지 진입하지 못했다.
고건 전 총리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무난히 처리하는 등 안정된 이미지로 차기 대권 주자로 평가받았으나, 언론 등 주변 세력의 검증 및 견제와 노 전 대통령의 "실패한 인사" 발언에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총리 출신들의 한계 vs. 가능성
고시 출신 또는 교수 출신 총리의 경우, 대선이란 험난한 과정을 뚫지 못하고 스스로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총리는 아니었으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만 해도 유력 대선 주자로 분류돼왔으나 귀국 두달도 지나지 않아 대권 도전을 접었듯 수년간 정치권 경험이 없는 인사의 대권도전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통령제 중심 체제에서 장관 임명제청권 행사도 어려운 총리의 현실적 한계로 볼 때 대선 후보로서 높은 인지도는 반짝 기대 효과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몇몇 총리 출신 정치인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정치권 경험이 많은 총리 출신 인사들의 행보에 여전히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일단 최근 대정부 질문에서 차기 대망론에 대한 질문에 "어리둥절하다"며 "(기분이) 나쁠 것까지는 없으나 조심스럽다. 현재 맡고 있는 일도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범보수 진영에서 차기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전 총리도 최근 출판기념회 이후 안보 등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차기 당권 도전에서부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2인자를 경험한 총리 출신 정치인들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그렇다고 아직 남아있는 총리 출신 정치인들에 큰 기대감을 갖기도 어렵지만 이들이 차기 대권구도를 바꿀 영향력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