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프란치스코 교황 '평화'를 매개로 한 인연..첫 訪北까지 이어질까

      2018.10.09 18:01   수정 : 2018.10.09 18:22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이탈리아·바티칸 교황청·벨기에·덴마크 총 5개국을 순방(7박9일)한다. 특히, 이 기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럽 방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 번영의 '새로운 질서'에 대한 유럽사회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9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키로 한 배경은 이렇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중 김정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며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은 문 대통령이 김 대변인에게 직접 설명한 부분이다.

김 대변인은 이어 "백두산 천지 방문 당시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가 김 위원장에게 '남북이 화해 평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황청에 알리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이 허리를 꾸벅 숙이며 '꼭 좀 전달해 달라'고 답한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구축 흐름과 맞물려 천주교 교황의 사상 첫 북한 방문이 성사될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 2014년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드러냈다. 1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올해 4월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자 수천명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와 격려 메시지를 발표하고, 특별 기도를 했다. 그에 앞서 올 초 평창동계올림픽 직전엔 "남북한 대표단이 한반도기 아래서 단일팀을 결성한 것은 세계 평화의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 역시 교황청과의 관계 구축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미·중·일·러·아세안 국가 뿐만 아니라 사상 처음으로 교황청에 취임 기념 특사단을 파견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사단을 통해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며 문 대통령에게 묵주를 선물했다. 이번 정부들어 교황청과의 관계 강화는 문 대통령이 비단 천주교 신자여서 만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한반도는 초긴장 상태였다. 북한의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군사 대응 경고로 한반도 위기지수가 고조됐다. 세계의 종교지도자인 교황은 세계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몇 안되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또 '평화'를 매개로 문 대통령의 '아군'이 될 수 있는 존재였다.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로 파악된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문 대통령은 다른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들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시복식에 참석했었다. 당시 광화문 광장에 수십만 인파가 모였던 상황을 감안하면 짧게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한 폴 갈러거 교황청 외교장관은 "교황도 2014년 방한 때 문 대통령을 만났던 기쁜 기억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식 면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17~18일 사이에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문 대통령은 교황청 외에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크를 방문해 양자 및 다자회의를 갖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유럽 사회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동북아의 새 질서가 강화되는 계기를 모색할 계획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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