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줄였지만… 치솟는 월세로 허리띠 졸라매는 은행

      2018.10.09 17:07   수정 : 2018.10.09 21:29기사원문

시중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지점수 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임차료로 나가는 돈은 오히려 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지점 폐쇄가 빛을 바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농협)은 최근 5년간(2·4분기말 기준) 351곳의 점포를 폐쇄했지만 임차료로 지불한 비용은 132억600만원 늘었다.



시중은행 중 KEB하나은행은 2015년 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타 은행과 동일한 기준의 수치를 파악하기 힘들어 집계에서 제외됐다.

지난 2013년 6~2018년 6월 5년간 시중은행의 지점수는 국민은행은 1193곳에서 1053곳, 신한은행은 938곳에서 872곳, 우리은행은 991곳에서 880곳, 농협은 1184곳에서 1150곳으로 일제히 줄었다. 1개 은행이 평균 폐쇄한 지점만 88개에 달했다.

하지만 지점 폐쇄에도 판매관리비중 임차료 비용은 4대은행 기준으로 2013년 2·4분기 2029억3300만원에서 2018년 2·4분기 2161억3900만원으로 132억600만원 증가했다.

각 은행의 임차료를 지점수로 나눈 지점 1개당 평균 임차료는 4대 은행이 5년사이에 매분기 3500만원을 더 지출해야했다.
2013년 2·4분기 KB국민은행은 5400만원의 임차료를 냈지만 2018년 2·4분기에는 5800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은 6700만원에서 7400만원으로 올랐으며 우리은행은 4600만원에서 7200만원이 늘어 가장 큰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농협은 2500만원에서 2300만원으로 4대 은행중 유일하게 임차료가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임차료의 대부분은 지점 월세인데 상가 월세가 워낙 오르다보니 지점을 줄여도 임차료 지출이 늘어난 것"이라며 "지점을 없앨때는 보통 수익성이 낮은 곳을 없애다보니 남는 지역들은 대체로 월세가 비싼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상가 임대료는 2016년 1·4분기 2만9100원(㎡당)에서 2017년 3·4분기 3만3700원으로 올랐다. 이처럼 은행들의 월세 지출은 늘고 있지만 은행을 세입자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은행 지점이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보장하는 세입자로 대접받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보증금을 적게 내고 월세를 많이 내는 다른 업종과 달리 은행들은 40~50%를 보증금으로 걸고 월세를 적게 내는 탓이다. 영업시간이 지나면 문을 닫는 탓에 상권이 활기를 잃는 것도 건물주들이 꺼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수년전부터 1층 대신 2층 점포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상가 월세의 경우 통상 2층은 1층보다 40~50%가량 저렴하다.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는 지난해 2층으로 자리를 옮긴 신한은행 명동지점이다.
이 지점은 50년간 한 곳에서 영업을 하며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지만 수익성을 위해 1층 자리를 내줬다. 해당 건물은 신한은행 소유로 신한은행은 자사 점포를 2층으로 옮기는 대신 1층에 세입자를 들여 임대수익을 버는 길을 택했다.
현재 이 자리에는 신한은행 자동화기기(ATM) 코너와 함께 베이커리 전문점이 성업중이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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