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까지 내몰렸던 식용견, 할리우드 배우 반려견으로 새 삶
2018.10.14 17:30
수정 : 2018.10.14 19:55기사원문
【 로스앤젤레스(미국)=강규민 기자】 한국 개농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제2의 인생을 사는 개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튜디오 시티에 사는 할리우드 배우 밥 스티븐슨이 입양한 '벨라'의 이야기다.
벨라는 올 초 한국의 한 개농장에서 농장주로부터 망치로 머리를 맞아 죽어가던 중 구조된 진돗개 믹스견(혼종견)이다.
밥 스티븐슨은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평생 뜬장에서 살다가 죽기 직전 구조된 벨라가 잔디를 밟고 다른 개들과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밥은 항상 4마리 이상의 유기견을 입양해 길러왔다.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수의사 부인 에반 린치와 함께 도움이 필요한 개들에게 품을 내어준 것.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가장 아끼던 검정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이들은 새로운 개를 입양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나와 에반은 항상 도움이 필요한 개들을 구조해 입양해왔다"며 "계속 보호소에 가서 입양이 안되는 개를 찾다가 문득 '한국의 세이브코리안독스에서 개를 입양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밥은 지난 2년간 한국에서 식용견농장의 개들을 구조해 해외로 입양보내는 세이브코리안독스에 돈을 기부해왔다. 그만큼 한국의 식용견 농장에 대해 잘 알고있는 인물이다. 그는 "개도살 및 식용 반대 청원서에도 서명할 정도로 개농장의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기부만 하는 게 아니라 입양을 통해 더 크게 참여하고 싶어 벨라를 입양했다"고 설명했다.
벨라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통상 식용견농장에서 태어나 자란 개들은 끊임없는 두려움이나 분노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밥은 "처음에 벨라를 입양했을 때 다른 개들과 잘 지낼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각종 트라우마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며 "처음에는 다른 개들이 벨라를 무리에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벨라가 사회성이 조금 떨어졌고 자기보호본능이 강해서 다른 개들과 노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벨라는 지금도 입구가 하나뿐인 방에는 들어가 있지 않으려 하고, 다른 개들과 달리 밥도 급하게 먹는 편이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잡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개들과도 잘 놀고, 마당에 있는 작은 새와 쥐, 다람쥐들을 사냥하는 등 가장 활발한 개들 중 한마리다"며 웃었다.
밥은 마지막으로 벨라가 집에 행복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그는 "벨라가 네발로 잔디를 밟고 뛰어놀 때,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행복감을 느낀다"며 "내가 발코니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시가를 필 때 벨라는 내 품에 안겨있다. 지옥 같던 곳에서 벗어나 하루하루 적응해 행복하게 노는 것을 보면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의 개식용 문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한 나라의 전통 식문화를 비판할 이유나 자격은 없지만, 간디의 말처럼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알 수 있다고 본다"며 "개농장의 개들은 고통받고 끔찍하게 살해되는데, 적어도 그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camil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