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가 ‘카쇼기 실종’ 비난에… 석유로 대응 나선 사우디

      2018.10.15 17:20   수정 : 2018.10.15 17:20기사원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이달 터키에서 발생한 언론인 실종사건을 두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면 돌파 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우디 국영언론은 어떤 국가라도 사우디에 제재하면 보복하겠다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위협했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야의 투르키 알다킬 대표는 14일(현지시간) 자사에 논평을 내고 "미국이 사우디에 제재를 가한다면 경제적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그 여파가 전 세계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맹 미국에도 보복 위협

알다킬 대표는 "사우디 의사결정자들 사이에서 도는 정보들은 더 이상 공식 성명에 쓰이는 점잖은 말투가 아니다"라며 "현재 정부는 사우디에 국제적인 제재가 이뤄질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한 30개 이상의 잠재적인 조치들을 검토중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대응책들은 사우디 경제보다 미국 경제에 훨씬 큰 피해를 안기는 파국적인 시나리오들"이라고 역설하고 "사우디가 일일 750만배럴의 석유 생산 목표를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다킬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가 되면 화가 나겠지만 그 가격이 100달러나 200달러, 혹은 그 2배가 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망명 이후 사우디 왕실과 정부를 비판했던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결혼 서류를 떼기 위해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섰다가 실종됐다. 사우디 정부는 카쇼기가 같은날 오후에 영사관을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터키 정부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그가 영사관 안에서 사우디 암살단에게 살해당했다고 추정했다. 친이스라엘·반이란 정책을 고수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란의 적수이자 주요 무기 구매자인 사우디를 옹호했지만 국내외 반발이 심해지자 태도를 바꿨다. 그는 13일 방송된 CBS 인터뷰에서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매우 화가 날 것"이라며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것이며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사우디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사우디를 깎아내리는 어떠한 행태라도 더 크게 갚아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알다킬 대표는 14일 논평에다 경제적 보복뿐만 아니라 정치적 보복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도 사우디의 군사적 필요를 채워줄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가 제재에 대항해 사우디 북부 지역인 타북에 러시아 군사기지를 유치한다 해도 누구도 이를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서방도 압박··경제 충격

사우디 정부는 미국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면서도 화해의 여지를 남겼다. 알다킬 대표는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논평이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썼고 주미 사우디 대사관은 "해당 논평이 사우디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그동안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국정을 맡겼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같은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카쇼기 사건을 함께 조사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가 이미 돌아선 국제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3국 외무장관들은 같은날 공동성명을 내고 "카쇼기 실종과 관련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터키는 3국과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또한 미 공화당 의원들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오는 23일 개막 예정인 국제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의 불참을 요구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이미 불참 의사를 밝혔으며 JP모간, 우버, 포드 등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FII에 가지 않기로 했다.

사우디 경제는 이처럼 서방세력의 압박이 거세지자 크게 출렁였다. 14일 리야드증권거래소(타다울)의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7%까지 떨어졌다가 3.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타다울 지수는 카쇼기가 사라진 지난 2일 이후 9%가까이 내렸다. 북해산 브렌트유 12월물 가격 역시 사우디가 석유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15일 개장 이후 1.22% 상승,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 무렵 배럴당 81.41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서방 세계가 사우디를 규탄한 14일, 사우디 주변 이슬람 이웃들인 오만, 바레인, 요르단, 레바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팔레스타인은 일제히 공식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가 사우디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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