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소포, 막판 선거변수 될까' 美 여야 미묘한 반응차
2018.10.25 10:21
수정 : 2018.10.25 10:21기사원문
미국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을 겨냥한 '폭발물 소포' 배달 사건이 24일(현지시간) 발생한 가운데 중간선거를 열흘 앞둔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은 막판 선거변수로 등장한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며 강력 규탄한 반면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화력을 집중했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미 위스콘신주 마라톤카운티 모사이니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오늘 아침 뉴스 봤나"라며 "이는 테러행위이며 우리 민주주의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인 스티브 스컬리스 역시 이번공격이 "범죄를 넘어서 완전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솔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시기에 우리는 힘을 합치고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정치 폭력 행위 또는 위협도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한가지 매우 명확하고 강력하며 틀림없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슈머 대표와 펠로시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공화당 소속 그레그 지안포르테 하원의원(몬태나)의 "물리적 폭력을 용납했던 것"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지안포르테 의원은 지난해 5월 보권선거 직전 공화당의 보건의료 정책에 관해 인터뷰를 시도하던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자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주먹으로 때려 물의를 일으켰다. 이 사건에도 지안포르테 의원은 당선됐고 이후 유죄를 인정해 6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몬태나 미줄라에서 열린 공화당 지원 유세 도중 지안포르테 의원을 가리키면서 "보디슬램(프로레슬링에서 상대를 들어 올려 매트에 내던지는 기술)을 할 수 있는 어떤 남자라도 그는 내 타입의…나의 남자다"라고 말했다.
슈머와 펠로시는 성명에서 "(지안포르테 의원의) 폭력 행위를 용납하는 발언을 뒤집기 전까지는 그의 (오늘) 발언은 입에 발린 소리"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대통령은 물리적 폭력을 용납하고 말과 행동으로서 미국민들을 분열시킨다. 기자를 보디슬램한 의원과 샬러츠빌에서 젊은 여성을 살해한 신나치주의자, 자국민을 살해하는 전세계 독재자들을 지지하고 자유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힐러리 전 장관 앞으로 폭발물이 든 소포 배달이 시도돼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미 비밀경호국(SS)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의 자택에 배달될 수 있는 잠재적 폭발물을 각각 탐지해 차단했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은 "해당 소포들은 일상적인 우편물 검사 절차에서 폭발성 장치로 즉시 확인돼 적절하게 처리됐다"며 "경호대상자들은 소포를 받지 못했고 받을 위험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워싱턴DC에 자택이 있고, 힐러리 전 장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뉴욕시 교외에서 거주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자택이 수신처인 소포는 이날 오전에,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 자택으로 보내려 한 소포는 전날 저녁에 각각 발견됐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민주당 중간선거 지원을 위해 플로리다를 방문 중이었으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택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론은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소포가 집으로 배달되기 전에 미리 걸러내준 비밀경호국(SS) 요원들 덕분에 우리는 잘 있다"고 감사의 말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트위터 계정에서 "이번 사건에 대처해준 비밀경호국과 사법당국에 감사하다"며 "우리나라와 공동체의 안전 유지를 위한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영원히 감사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뉴욕 맨해튼의 타임워너 빌딩에 입주한 CNN방송 뉴욕지국에도 폭발물 소포가 배달돼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최소 2명의 민주당 측 인사들에게 폭발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된 것으로 나타나 이틀 전 민주당 기부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에게 배달된 것까지 포함해 총 6건의 폭발물 소포가 드러났다.
수사당국의 사전 차단 등으로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중간선거가 임박한 때에 '반 트럼프' 진영의 주요 인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도 높은 비판을 해온 언론을 향한 테러 협박 시도라는 점에서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지가 주목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FBI는 이날 배달된 소포가 다소 조잡한 형태의 파이프 폭탄이라고 밝혔다.
국가반테러센터의 마우라 비어드 대변인은 CNN에 이번 사건이 외국 테러리즘과 관련있는지 여부는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