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민간 영역으로 놔두라
2018.10.28 17:01
수정 : 2018.10.28 17:01기사원문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벌이는 '제로페이' 정책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취임 후 2년 내리 최저임금을 두자릿수 올렸다. 영세사업자와 소상공인들은 2년간 29%에 달하는 최저임금 과속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결제수수료 인하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제로페이는 서울을 필두로 부산, 경남, 인천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 주도로 서비스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결제수수료를 줄여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제로페이 도입 취지는 좋다. 문제는 결제수수료 시장이 과연 관이 직접 나서서 사업을 벌여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시장 자율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제로페이는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를 벤치마킹했다. 알리페이 탄생과 성공은 중국 정부의 개입이 없는 순수 민간혁신의 산물이다. 그만큼 전문성과 자율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런데 정부는 가맹사업자 모집까지 직접 나서서 챙기려 한다. 서울시는 제로페이(서울페이)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직불형 모바일 카드(제로페이)가 도입되면 중간 단계가 없어져 수수료 인하 효과가 있다"며 "결제시장 전반의 쇄신,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다만 은행들을 압박해 인위적으로 수수료를 내리고, 지자체가 가맹점을 관리하는 데 따른 한계를 지적했다. 결제수수료 혁신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제로페이 도입은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 결제수수료 시장 전반의 경쟁력 제고와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민간에 맡기고 정부와 지자체는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제도적·행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