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살리자고 사람 죽일텐가"… 국회·청와대에 생존권 호소
2018.10.28 17:21
수정 : 2018.10.28 17:27기사원문
대한육견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식용개 사육농가는 약 11만7000가구로 추산된다. 사육농민과 유통, 판매 등 관련업에 몸담고 있는 종사자는 150만명가량이라는 것이 협회측 설명이다.
농성장에서 만난 육견협회 이해정 이사는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처럼 개 식용을 금지하면 사실상 산업화돼 있는 육견업계는 순식간에 공중분해된다"며 "자연히 업계에 종사하고 있던 150만명은 실업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육견협회 회원들 대부분은 농민들"이라면서 "개 살리자는 이유로 농민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회 앞 천막농성·청와대 알몸시위
육견협회 회원들은 지난달 12일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전국 각지에서 상경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육견협회는 국회 앞 천막농성을 오는 11월 말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개 식용 금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법안 3개(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 동물보호법 일부법률개정안,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이 이사는 "일각에서는 총력 저지를 위해서 초강경 투쟁도 병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육견협회 내 초강경 세력은 지난 8월에는 청와대 앞 알몸시위까지 했다. 최재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축산법에서 가축인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시사한 것에 대한 항의성 시위였다.
최 비서관은 개 식용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이 한달 새 20만명을 넘기자 공식 답변을 가졌다. 최 비서관은 개 식용 반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농장에서 소득 증대를 위해 기르는 동물을 가축으로 정의한 기존 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은 측면이 생겼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종사자의 생계대책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유전자검사로 식용견 구분하자"
육견업계는 식용견과 애완견의 구분을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 식용가축인 돼지가 한편으로는 최근 애완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는 것처럼 개도 구분해 관리하자는 것이다.
구체적 방안도 제안했다. 종자 분류가 가능한 만큼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2~3종만 식용견으로 선정하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협회 측은 강조했다.
이 이사는 "개 식용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모든 개를 '애완견'으로 보는데 엄연히 다르다"면서 "식용견은 일단 무게가 최소 30㎏ 이상 돼야 한다. 이런 개는 집에서 기를 수도 없는 만큼 애완견으로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식용견으로 사용할 개의 종자가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종자 분류가 어렵지 않은 만큼 이를 통해 2~3종만 허용해 놓으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개 식용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전통문화로서 가치를 내세우며 반박하고 있다. '동의보감' '동국세시기' 등 사료에 개고기 효능이 기술된 것을 보면 조상들이 보신용으로 개를 먹어왔던 것으로 짐작된다.
식용견 사육을 통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재활용해 가축 사료로 사용하는 만큼 사회적 비용 절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용근 전 충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도사교잡종은 음식물을 하루 평균 2∼3㎏씩 섭취한다. 전국에서 사육되는 식용견이 200만마리가량임을 감한다면 1년에 처리되는 음식물은 182만5000t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527만t(2007년 기준)의 34.6%에 해당한다.
안 전 교수는 "식용견 사육업자들은 아무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우리나라 음식물쓰레기의 3분의 1을 처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