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조기 착공 발목잡는 지역 이기주의
2018.10.31 17:10
수정 : 2018.10.31 17:10기사원문
"신안산선을 16년이나 기다렸다. 당장 착공하려면 정부에서 허가한 대로 따라가야 한다."(안산시 주민대표)
"도림사거리역 출구가 6개에서 2개로 줄었다.
지난 30일 오후 2시30분, 경기도 광명시 광명역사 컨벤션웨딩홀은 고성과 환호성, 아유와 비난으로 가득 찼다. 지역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지역 이기주의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신안산선 우선협상대상자인 넥스트레인와 안산시는 이날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재협의) 초안 공청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8월말과 9월초 신안산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과 함께 주민설명회를 안산, 시흥, 안양, 서울 영등포구 등에서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추가 의견 수렴을 요구했고 이날 재협의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는 서울지역 금천 1명, 동작 1명, 영등포구 3명, 경기지역 시흥 1명, 안양 3명, 광명시 등1명, 안산시 1명 등 11명의 지역주민대표가 참석했다. 참석자는 800여명에 달했다.
환영영향평가를 위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이라기 보다는 지역 간의 갈등과 마찰로 얼룩진 민원창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절반 이상이 '즉각 착공'이라는 글자가 적힌 붉은색 머리띠를 두르고 결사항전의 태세로 자리에 앉았다. 서울 주민들은 공청회가 열리기 전에 광명역 입구에서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경기 주민 "더이상 사업 지체는 안돼"
11명의 주민대표들과 지역주민들 모두 신안선 조기 착공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갈등을 벌이는 이유는 서울 지역 주민들이 지하철역 위치 변경과 출입구 추가 설치 등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기도 지역 주민들은 이미 다양한 교통 혜택을 누리고 있는 서울 지역 주민들이 집값을 올리기 위해 민원을 제기해 사업을 늦추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교통의 맹지인 경기도에서 불편함을 참고 신안산선 착공만을 위해 기다려왔는데 서울지역 주민들이 아파트 집값을 올리기 위해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장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광명시 주민 최모(51)씨 "SOC는 교통편의 증진을 위한 근본 목적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데 서울 지역 주민들이 부동산 가격 인상을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다"면서 "조금 더 걸으면 되는데 집값을 올리려고 자기네 아파트 쪽으로 출구를 빼달라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안산시 주민 최모(41)씨도 "서울 출퇴근만 1시간 30분이 넘게 걸려 하루빨리 역이 만들어지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면서 "서울 주민이 집값을 올리기 위해 사업을 또 다시 지연 시킬까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 주민 "주민 편의 위해서 역 위치 바꿔달라"
반면 서울 주민들은 기존 원안대로 지하철역의 위치와 출구를 만들어야하는데 사업비를 줄이려고 설계를 변경해 역의 위치를 옮기고 출구를 없앴다고 항의했다. 넥스트레인과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역사 위치와 출입구를 바꾸고 건물매립형으로 역사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동작구 주민 대표 유창호씨는 "대림삼거리역 주변에는 대형 아파트가 8개나 있고 종합병원 3개, 대형교회 5개가 있어 6만5000여명이 수요자다"라면서 "대림삼거리에 역을 만들어야지 왜 구로디지털단지 밑으로 역을 옮기고 출구도 줄이는 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한편 넥스트레인 측은 주민들이 조기착공에 대한 의지가 큰 만큼 사업이 지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역시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신안산선 조기 착공을 요구하고 나선만큼 내년 8월에는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기조실장 역시 현장을 방문해 조기 착공에 힘을 싣겠다는 뜻을 전했다.
신안산선 복선전철 설계를 맡은 박재홍 제일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신안산선 사업 자체가 건물형 역사가 콘셉트이지 지하 출입구를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면서 "지금 역의 위치가 오랜기간 연구 검토해서 철로가 곡선 없이 직선으로 움직이도록 해 안전성을 높인 것이라 변경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